새벽부터 나기 시작한 열에 잠을 설쳤다. 이불을 덮으면 더워서 땀이 나고, 안 덮으면 추운 난감한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벽의 서늘한 기운에 달아오른 머리가 식으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피로한 두 눈을 껌뻑이며 방 안을 둘러봤다. 창문에 스미는 희미한 달빛과 모니터의 점멸하는 전원 버튼 불빛 외에는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방임에도 내 몸은 모닥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인체는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유입되었을 때 열을 내도록 되어있다. 바이러스의 활동은 억제하고 면역시스템은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덕분에 잠을 설치고, 땀범벅이 되기는 했지만, 이 열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건강하지 못했을 거다. 나를 지켜주고 있는 생명의 열기에 이번 기회를 빌어 감사를 표한다.
내 몸이 불타고 있다 보니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것을 떠올렸다. 지구로부터 약 1억 5천만 km나 떨어져 있으며, 45억 년이라는 억겁의 시간 동안 불타오르고 있는 영원의 횃불, 태양을. 내 몸의 열처럼 태양의 불타오름에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끝없는 우주의 어둠에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던가. 우주의 평균 온도는 영하 270도로 얼음의 땅 남극의 평균 온도 영하 34도보다 8배나 춥고, 진공의 공간이기에 끓어오르는 별의 용광로들도 그곳에서는 숨을 죽인다. 그곳은 손을 녹일 작은 온기도, 사랑의 속삭임도 없는 절대적인 고독의 공간이다. 태양이 스스로를 불태우는 까닭은 그 무정한 고독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온몸을 태우는 열정으로 태양은 소리 없이 외치는 것이다. ‘내가 여기 있다고’, ‘여기서 내 심장이 뛰고 있다고’... ‘나를 봐달라고’ 외치면서 꿋꿋이 어둠을 밝히고 있는 거다. 침묵 속에서도 별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꺼지지 않는 45억 년의 순정은 그렇게 우리를 비추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에 열을 올리고 살았나. 무엇을 위해 타오를 것인가. 내게는 스스로를 태울 각오가 있는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