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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Apr 19. 2022

22. 04. 14 천진한 개의 랩소디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말이냐! 골칫거리는 태생적으로 1+1 같은 놈이라 하나가 가면 다른 놈이 와서 꼬리를 문다. 그리하여 평일에는 주말을 갈구하고, 주말에는 다가올 출근날을 두려워하며 현실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본인 같은 백수는 얼마나 훌륭하며 또 본받을만하단 말인가. 정해진 일정이 없으니 매일이 주말이나 다름없고, 떠나는 일요일에 구차하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 대신 지갑이 얇아서 배가 좀 허하고, 배고프다고 전부 소크라테스가 되는 건 아니지만 남들처럼 걱정의 무한루프에 빠지게 될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본인은 소크라테스 같은 위인은 못 되는, 그저 한 마리 배고픈 돼지에 불과하기에 앞날 걱정에 족발이 후달린다.     


  현대인에게 인생을 즐긴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됐다. 머리를 비우고 놀자니 걱정이 발목을 잡고, 주말은 평일로 날아오르기 위한 도약대에 불과해졌다. 이런 이유로 인생이 꿉꿉하고 우울한 사람들은 개와 함께 산책을 해보길 바란다. 우리 집 댕댕님께서는 공원에 있는 작은 언덕에 오르기를 즐기신다. 특이하게도 고놈은 애써 언덕을 올라가 놓고서는 미련도 없이 내려가고, 내려갔나 싶으면 걸음을 돌려 다시 올라가고는 한다. 사람 같았으면 올라온 고생이 아까워서 정상에 더 머무르려 할 텐데, 고놈은 아쉬워하는 기색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발이 닿는 대로 다닌다. 오늘, ‘척척척’ 박자를 맞추며 언덕을 오르내리는 고놈의 발걸음이 경쾌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때 들었던, 그러나 들렸을 리 없는 랩소디가 떠오른다. 네 발로 대지를 두드리고, 부드러운 털로 봄바람을 안아 천진하게 짖던 그 순간의 합주가.     


  현대의 성서라 불리는 「예언자」에서 저자 칼릴 지브란은 인간의 몸이 바람이 통과할 때 노래하는 신의 악기가 되기를 바랐다. 진정으로 삶을 노래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나의 구차한 굴레들이 민들레씨가 되어 저 먼 곳으로 훌훌 날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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