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Apr 24. 2022
햇님을 사랑한 눈사람처럼 살아가세요
22. 04. 24
숨이 멎을 만큼 하얗고 가슴이 파래질 정도로 시린 겨울. 어느 언덕에 눈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눈사람은 애타도록 붉은 햇님을 사랑했습니다. 고드름에 부서진 햇살 조각을 가슴에 품고 매일, 매일 햇님을 올려다봤습니다. 펑펑 눈이 내리던 날, 눈사람은 결심했습니다.
“햇님을 만나러 가자. 내 차가운 품으로 그의 뜨거운 땀을 식혀 줄 거야.”
친구들은 길을 떠나는 눈사람을 말렸습니다. 그들은 말했습니다. “햇님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는 너를 녹여버리고 말 거야.” 눈사람은 대답 대신 조용한 미소를 남기고 길을 떠났습니다. 눈사람은 저 밤하늘의 길을 따라서 걸었습니다. 햇님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습니다. 눈사람은 사나운 사자자리의 갈기를 피해 숨기도 하고, 물고기자리의 등에 타 은하수를 건너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눈사람은 사수자리에 화살 끝이 가리키는 곳에서 햇님을 만났습니다. 눈사람은 기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눈사람은 햇님에게 입맞춤을 할 수 없었습니다. 뜨거운 열기에 그의 입술이 녹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눈사람은 가슴을 파헤쳐 햇님을 품을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사람은 녹아 없어졌습니다.
차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비는 바다가 되고, 바다는 구름이 되었습니다. 구름은 어느 언덕 위에 펑펑 눈을 내렸습니다. 시린 눈발 속에서 일어선 눈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햇님을 만나러 가자. 내 차가운 품으로 그의 뜨거운 땀을 식혀 줄 거야.”
그렇게 눈사람은 햇님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별들의 길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