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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주민A
Apr 19. 2022
우리 함께 쓸모없는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조금도 아니고 아주 많이. 긴 밤이 아주 가버릴 정도로. 달을 향해 뛰어오르는 길고양이, 떨어지길 주저하는 벚꽃잎의 흔들림 같은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쓸모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습관처럼 우리를 배신합니다. 있다가도 없는 게 돈이고, 되다가도 안 되는 일인걸요. 그러니까 우리 함께 쓸모없는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쓸모없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려 애쓰지 마세요. 어차피 지금은 11시 20분, 수업에는 이미 늦었으니까요. 인상 찌푸리지 말고 이럴 땐 빨래를 널어봅시다. 새하얀 빨래를 따라 피존 한 스푼, 꽃향기를 머금어봐요. 흩날리는 티셔츠처럼 꽃향기를 접어 바람에 날려 보냅시다. 놀기만 했다 자책하지는 마세요. 하루, 이틀 정도 뭐 어떻다고 그래요.
울보인 당신이 한심하다 생각하지 마세요. 그거 그냥 다한증이라니까 그러네요? 이거 하나 알아두세요. 우는 사람은 대체로 섹시하다는 걸. 그러니까 울 때는 머리카락 한 올 무는 거 잊지 말기. 좀 울어도 괜찮아요.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여우비라 쓰고, 예술이라 읽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
우리 같이 쓸모없는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달을 향해 뛰어오르는 길고양이, 떨어지길 주저하는 벚꽃잎의 흔들림. 당신과 나를 닮은 것들을 아주 많이 생각해봅시다. 누구도 닿은 적 없는 저 별에 우리 손끝이 가닿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