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좋은 오늘, 아무 이유도 없이 집을 나서봅시다. 지도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 달이 새하얀 입맞춤을 했던 언덕, 물결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호수의 이름은 지도에 적혀있지 않습니다. 건조한 당신에게는 취기가 필요합니다. 꿈에 취한 몽상가처럼 휘청이며 거리를 걸어봅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웃고, 무언가의 영원에 대해 떠들어봅시다. 당신과 나의 끝나지 않을 이 밤 혹은 영원히 떠나버린 사랑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실제로 내일이란 없습니다. 내일이란 유보된 현재에 불과하니까요. 바람이 좋은 오늘, 이 밤의 지우개로 머릿속을 지워봅시다. 그럴싸한 계획도, 번듯한 규칙도 지금은 걸리적거릴 뿐입니다. 하얀 백지로 당신의 머릿속이 텅 빌 때까지 지우개로 머릿속을 지워봅시다. 이제 당신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작은 담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으로 의태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의미를 생각하는 게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방황을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면 지붕 위의 고양이를 떠올려 봅시다. 고양이는 길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저 아득한 지평선부터 수평선까지가 자신의 정원이자, 지붕이고, 머물 곳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방황이란 부자유한 것들에게 속한 것임을 그대는 알아야 합니다. 어항의 고기는 바닷속 푸른 것들의 자유를 보며 방황한다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가진 그대여, 진주조개의 비밀을 찾아 나와 함께 바닷속을 누비는 게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