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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주민A
Apr 21. 2022
그러기에는 당신의 밤은 너무 아름다워
2022. 04. 21
나무늘보의 하품 같은 지루한 표정 짓지 마요. 그러기에는 당신의 밤은 너무 아름다워. 밀린 일을 하기에는 이 밤이 너무 길어. 그러니까 우리 밖으로 나가요. 라일락이 흔들리는 곳으로 도시의 마지막 불빛이 있는 곳으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요. 그러기에는 당신의 오늘은 너무 아름다워.
그러기에는 너무 어른이 됐다 하지 마요. 대신 우리 같이 소라껍데기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밀려오는 시원한 파도 소리, 당신 속 작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시나요? 그 웃음 속에서 당신은 모래성을 짓고 있습니다. 젖은 모래를 한 움큼 쥐고, 여린 손으로 성을 쌓고 있습니다. 파도가 쌓은 성을 절반이나 가져가도 당신은 울상 짓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물거품을 닮은 하얀 미소를 흔들어 파도를 배웅합니다. 미련 따위는 없는 홀가분한 미소입니다. 당신은 성을 또 쌓고, 또 보내고, 다시 쌓고, 다시 보냅니다. 그렇게 한 폭의 그림이 된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절벽에 매달린 바위 같은 위태로운 표정 짓지 마요. 그러기에는 당신의 밤은 너무 아름다워. 한숨으로 때우기에는 이 밤이 너무 길어. 그러니까 우리 밖으로 나가요. 파도가 들리는 곳으로, 모래성을 쌓을 해변으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요. 그러기에는 당신의 오늘은 너무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