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네일아트

89살에 네일아트를 받는다.

by letitbe

네일아트를 하면 여자들은 기분 전환이 된다. 나도 두 번쯤 했던 적이 있다. 네일아트를 받고 있으면 받는 동안은 대접받는 느낌이라서 기분 좋고 이쁘게 완성되면 또 한 번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좋았던 기분을 기억하며 예쁜 손톱의 묘한 중독성으로 꾸준히 네일아트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 후로도 몇 번 생각은 했지만 귀찮은 마음 반과 맨손톱도 나름 건강해 보이고 괜찮아서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쓱 지나쳤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다시금 네일숍에 가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일이 있었다.


회사 대표님 어머님이신데 회사에 오실 일이 있으셔서 차 대접을 해드렸다. 찻잔을 내려놓는 내 손을 마중 나오는 손은 손톱에 연한 핑크색 네일아트가 되어 있었다. 연한 핑크색이 과하지 않고 예뻤다. 연세가 89세라고 들었는데 그 연세에 네일아트라니. 그 손톱을 보기 전까지는 그 정도의 연세라면 네일아트를 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면 할머니가 네일아트를 한다는 것은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색이 과하지 않아서였을까. 곱고 보기 좋았다. 내년이면 아흔이라는 나이라고 하시는데 전혀 상상도 못 한 네일아트를 보니 내 기준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돈이 많으시니 그 연세에도 그런 여유도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분의 핑크네일아트를 보고 나니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는 말이 새삼 더 실감이 났다.


우리 아파트에도 80대 후반은 되어 보이시는데 정말

엘리베이터에서 뵐 때마다 멋을 잔뜩 부리신 할머니를 가끔 마주친다. 보통 길에서 마주치는 할머니들의 평상복 패션과는 다르게 늘 정장스럽다. 또 때로는 자칫 보면 좀 평상시에 착용하기에는 과한듯한 멋스러운 창이 큰 모자도 챙겨 쓰시며 액세서리도 귀걸이부터 반지까지 한껏 멋을 내신 모습이다. 거동도 불편해 보이시는데 저 연세에 매번 저렇게 차려입으시는 것이 대단하다 싶을 때도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분이 짧은 치마를 입으신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평상복보다는 잘 차려입으신 정도였는데 내 생각이 제멋대로였다. 불현듯 '멋쟁이 할머니'라고 생각하지는 못할 망정 내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그게 삶의 애착일 수도 있고 삶에 최선인데 생각은 자유라고 해도 내가 무슨 자격으로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었나 싶은 마음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나이에 대해 은근히 큰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 나이는 그래야 해'라는 갇힌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시선으로 이해하고 싶은 만큼만 단정 지어서 생각했다. 다음번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옷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 하고 칭찬도 해드리고 웃어드려야겠다.

앞으로 나도 나이를 먹을 테니 '내 나이에 어떻게'라는 의기소침을 핑계 삼아 무기로 쓰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편견'은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마음의 가림막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몇 년 전에 시어머님이 청바지 패션도 생각이 난다. 시어머니가 청바지를 입은 적이 있었는데 같이 사는 손자가 "할머니 청바지 입으셨네요." 하며 할머니의 패션에 대해 어색하게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어머님은 나는 입으면 안 되냐고 웃으시면서 반문했는데 손자는 "아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입으니까." 하면서 웃어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잘 어울리셨다. 할머니가 청바지를 입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그러고 보면 살면서 우리가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편견이란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편견 속에 있을 때는 내가 하는 생각이나 시선이 편견인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 정형화된 생각 속에 갇혀서 나도 모르는 사이 고집스러운 의견을 그게 마치 다 맞는 것처럼 단정 지으며 주장한 적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요즘 말로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생각의 유연하게 하려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느 한쪽으로 치중되지 않으려면 생각을 하는 방법에서도 a, b사이에 적당한 생각의 거리와 여유필요할 것 같다.


봄이다.

요즘 주변은 봄날의 풍경에 맞게 분홍 진달래, 노란 개나리가 한창이다. 봄도 되었는데 일상의 기분전환으로 '연분홍 진달래 꽃잎을 닮은 핑크 네일아트를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끄러미 손톱을 바라보니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화사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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