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니멀

관계도 책임감이다.

by letitbe

마음먹고 집 정리를 하기로 하면서 오늘은 꼭 필요 없는 물건은 버려야지 다짐을 했다. 수납공간에 비해 물건이 너무 많다. 버리겠다고 시작한 집 정리가 성과 없이 끝난 적이 많은 나에게는 집 정리가 다짐까지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부디 독한 마음으로 집정리가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면 좋겠다. 미니멀 열풍에 나도 동참고 싶은데 그게 참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드는 생각이 생각보다 삶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부터 수많은 미니멀리스트처럼 간소한 소유에 매력을 느끼고 나 또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자고 때때로 생각한다. 그러나 집 정리를 하다 보면 처음 그 다짐과는 다르게 늘 버릴까 말까 하는 고민만 하다가 '언젠가는 쓰겠지'하고 고작 두어 개 정도 버리고 마는 허무한 집 정리가 되곤 한다. 언젠가는 다 필요할 것만 같아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만 하다가 다시금 고스란히 보관해 둔다. '버려야 하는 이유'를 찾기보다 나도 모르게 아깝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다. 지금까지의 집정리는 곰곰이 생각해서 고작 보관하는 자리만 조금 바뀌었을 뿐 결국은 다시 챙겨두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버릴 것은 좀 버리면 좋은데 나란 사람은 잘 못 버리는 사람 중 하나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아니, 이게 아직 있었어?" 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버리는 게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을 만나고 서로 공감하며 정을 나누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람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정스럽지만 그 정스러운 미련이 내게 상처를 내기도 하는데 정리를 못하고 힘든 관계 속에서 끌려다니기도 한다. 관계 정리에 대해서는 모질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시간이 반복될수록 이제 그런 감정 낭비가 부질없고 감정 소비 없이 나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많은 사람을 알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았다. 특히나 사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람 욕심을 비우는 것도 썩 쉬운 일은 아니지만 관계에서도 미니멀은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느끼는 이상 이제는 사람 욕심도 더는 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에 조금 더 신중해지고 싶다. 관계를 맺는 것도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점점 알아가고 있다.


많은 물건이 있다고 좋은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있으면 되듯이 사람도 아는 사람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옷장에 옷이 가득 채워있어도 내가 좋아하고 내게 어울리는 옷 한 벌만 있으면 가치가 있듯이 내게 어울리는 나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 단 한 명만 있어도 괜찮다.

법정스님이 한 말씀 중에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이 주는 깊이를 이제는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음을 닫고 오는 마음도 냉정하게 차단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 거리를 두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어설프게 맺은 인연 때문에 내 감정을 쏟아내고 소모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늘 집 정리는 전에 비하면 작정한 만큼 그래도 쓸데없는 것을 평상시보다 조금 더 버린 만족스러운 집정리였다. 집정리를 하면서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때마다 물건을 살 때 정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한 번 깊이 있게 한 날이었다. 언제나 좋다고 살 때는 좋겠지만 버리는 것이 참 고민스럽고 쉽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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