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듯이 내게도 마음이 맞는 가까운 이웃이 몇 있다.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은 바로 아래층에 사시는 나보다 세 살 정도 나이가 많으신 분이다. 자주는 아니라도 같이 차를 마셔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이 참 좋으시다. 우리는 서로의 시간이 될 때 부담 없이 차를 마시거나 밥을 한 끼 먹기도 한다.
나는 때로는 고민거리가 있거나 속이 답답할 때면 살아온 노하우라도 좀 듣고 싶어서 연락을 드린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받아주신다. 인생의 선배이신 만큼 노련한 인생 노하우로 때때로의 무거운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신다. 이런 칭찬을 건네면 부족하다면서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야기 나누다 보면 여러 가지로 배우는 것이 많다. 살면서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삶의 지혜만큼 값진 것이 어디 있을까. 곁에 가까이 사시는 것으로도 내게는 든든하고 고마운 분이시다.
"퇴근 후 시간되실 때 저녁 먹어요. 언제 시간 되시나요?"
얼마 전에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우리는 시간 약속을 정하고 저녁 한 끼를 함께 먹기로 했다. 어디를 가야 하나 장소를 생각하고 있다가 마땅하지 않아서 만나서 함께 정해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은 마치 오늘은 꼭 여기를 갈 것이라는 자신만의 계획이라는 것이 있으셨는지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하더니 평상시와는 다르게 내게 장소도 묻지 않고 자신이 가본 곳이 있다면서 근처 한정식 집으로 안내하셨다. 몇 번 와보셨는데 좋았다면서 코스 한정식을 주문하셨다. 한정식을 좋아하는 나는 코스대로 정성스레 나오는 맛깔스러운 음식에 기분이 좋았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오늘 갑자기 밥을 먹자고 제안한 것은 며칠 전 아침에 지하 주차장에서 나를 우연히 만났을 때 내가 너무 피곤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위해주는 마음으로 밥 한 끼를 사주고 싶으셨다고 하셨다. 밥 한 끼 먹는 것이 우리 사이에 새로운 일도 아니었지만 그런 마음을 담은 식사 한 끼는 평범한 듯 깊이 있게 감동이었다.
그날의 아침 출근길이 생각난다. 출근시간이라 바쁜 마음 탓에 허겁지겁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중이었고 그날따라 화장기가 전혀 없어서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내가 보기에도 푸석하니 피곤한 상태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그런 내 모습이 유난히 피곤하고 지쳐 보이는 얼굴로 안쓰럽다고 생각되셨나 싶다. 게다가 회사로 가지고 가던 짐이 있었는데 인사를 드리면서 물건을 떨어뜨리고 하니 더욱 그 분주한 출근길 아침이 유난히 고단해 보였는지도 모른다. 세심하게 내 모습을 마음에 담아두시고 이렇게 밥 한 끼 사주시겠다고 하시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훈훈하고 든든한 위로였다. 늘 먹는 밥 한 끼가 의도에 따라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일상의 위로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구구절절 장황한 말 대신에
그냥 밥 한 끼 사주고 싶었다는 진심이면 된다.
그분이 화장실 간 사이에 밥값은 냉큼 내가 대신 계산했다. 밥 한 끼를 사주려고 데리고 온 자리인데 내가 계산을 했다고 살짝 민망해하셨지만 마음을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이었다. 맛있는 밥집을 나오면서 나 또한 누군가에게 때로는 좋은 마음으로 밥 한 끼를 사주며 오늘 같은 위로와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는 게 뭐 별 건가 싶다.
'서로 다독이는 법을 배워서 힘이 되면 좋을 순간에 다독이며 사는 게 아닐까.'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