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18년 만에 듣는 밥맛의 즐거움

by letitbe

'오늘은 무엇을 해 먹을까'

주부로 살아온 지 18년이 되었다.

주부들에게 이 질문은 때때로 맞이하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특히나 신혼 때는 퇴근 무렵이 가까워오면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있었다. 해주던 밥만 먹다가 내 손으로 가족을 챙겨줘야 하는 것이 은근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국도 끓이고 찌개도 하고 정말 대책 없이 상을 채우는 것이 목적인 양 저녁상을 차린 적도 있다.

남편이 "국 또는 찌개는 하나만 있어도 돼."라는 말을 하고 나서부터 '아, 국 또는 찌개는 하나만 있어도 되는구나.'로 정리하고 하나만 차렸다. 신혼 때부터 한 고민은 주부 생활이 오래되었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보다는 무게감이 덜해서 어떤 식재료라도 있으면 큰 고민하지 않아도 먹을 반찬을 만들 수 있으니 그 사이 많이 발전하긴 했다.


맞벌이라는 보기 좋은 핑계가 있어서 퇴근 후 힘들 때는 외식을 자주 한다. 하지만 집밥의 소중함을 알기에 한 번 먹을 때는 가급적 내 나름의 정성스러운 밥상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급식을 먹고 오는 아들이 집밥을 모처럼 먹는 어느 날은 무조건 잘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식탁에 고기 종류가 두 가지가 되기도 한다. 오리고기, 돼지고기 식단 구성상 균형 잡힌 식단 같지는 않지만 내 기준에서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과하게 식단을 구성하기도 한다. 고기반찬은 아직 성장기인 아들을 위해서 1센티의 키라고 조금 더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차려놓고는 "맛있지?" 하면서 맛있지 않냐고 애써 강요를 하며 묻곤 한다. 맛이 있으면 당연히 나올 찬사를 굳이 억지로 끌어내려고 애를 쓸 때가 있다. 우리 집 분위기가 반응의 리액션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가끔씩 마지못해 아들과 남편은 "어" 하는 정도의 맞장구를 친다.

그런데 어제저녁 식사는 좀 달랐다. 아들이 밥 한입을 먹고 나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너무 맛있다고 하는 것이다. 늘 밥은 조금만 먹겠다던 평상시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며 밥맛이 너무 좋다며 계속 싱글싱글 웃어가며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결혼을 하고 18년 동안 밥을 하면서 처음 듣는 소리 같아서 너무 흐뭇한 마음에 덩달아 따라 웃으며 그렇게 정말 맛있냐며 되물으며 확인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단순한 사람이다. 하루이틀 밥을 한 사람도 아니고 밥맛이 좋다는 소리를 이제야 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그게 이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다. 오히려 이제야 들어서 섭섭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내 생각으로 아들이 밥맛이 좋다며 진심으로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은 더운 여름에 식사 준비를 하느라 애쓴 내 힘듦을 싹 가시게 해 줬다. 칭찬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아니면 아들 바보라서 유독 아들의 한마디가 이렇게도 나를 격려한 것인가 싶지만 결과적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으니 기분은 좋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가만 생각하니 아들의 말이라서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당연히 차리는 밥상 앞에서 나도 모르게 칭찬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주부들이 늘 하는 밥에 대해서 가족들은 특식이 아닌 당연한 밥상으로 생각하고 차려진 밥상 앞에서 쉽게 먹어 치우지만 집밥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위대한 특식인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벌써 무더운 여름의 공기가 사라지고 가을이 오는 느낌이 든다. 가을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놀러 가기도 좋은 계절이고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계절이지만 집밥을 해 먹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도 몇 가지 음식을 한다고 불 앞에 있으면 더워서 지치다 보니 간혹 집밥을 해 먹다가 그냥 사 먹을 걸 하면서 후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애호박이 눈에 많이 띄는데 동글동글 애호박을 썰어서 달걀물을 묻혀 애호박 전을 해볼까 싶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데 애호박 전을 생각하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에게 있어서 애호박 전은 가족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음식에 속한다. 모처럼 노릇노릇한 애호박 전으로 나의 마음을 가족에게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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