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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itbe Sep 23. 2024

국밥

국밥 한 그릇 말아볼까요?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왜 기분이 안 좋아?"라고 물으면 "그냥" 또는 "몰라"라고 답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말들에는 더 명확한 이유가 내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역시 흥도 나지 않고 기분이 한없이 축 처져 있는 날이 있다. 살다 보면 별별 날들이 많겠지만 그런 날은 마음을 추스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더 기운이 빠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날은 딱히 입맛도 없고 생각나는 음식도 없어서 굶고 퍼져 있고 싶지만 언젠가부터는 그런 날일수록 의식적으로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려고 머릿속으로 여러 음식을 떠올리면서 메뉴 찾기에 노력한다. 사실 기분도 가라앉는데 몸마저 축 쳐져있기 싫은 탓도 있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힘이 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있다. 인간의 즐거움 중  먹는 즐거움도 기분전환에 보탬이 되기는 하니까 말이다.

언젠가는 아들이 기분이 가라앉아있길래 아들이 좋아하는 초밥집으로 데리고 가서 초밥을 사주면서 기분이 안 나는 날에는 더 맛있는 것을 먹어보라고 그러면 조금 나아진다고 얘기했었다. 살면서 아들이 어른이 되어서 기분이 안 나고 힘이 없는 날에는 엄마의 말이 생각나서 끼니를 거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음식이 없을 때도 있다. 평상시 그  많던 식욕은 온데간데없이 메뉴선정이 힘든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무심히 든든한 근처 국밥집이 정답이다. 국밥 한 그릇을 평상시보다 더 열심히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니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  혼자서도 기운을 내자며 씩씩하게 순대국밥을 먹은 적도 있다. 국밥에 기운을 불어넣는 것 마냥 '먹고 힘내자'를 혼잣말로 무한반복하며 평상시보다 열심히 먹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힘을 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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