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왜 기분이 안 좋아?"라고 물으면 "그냥" 또는 "몰라"라고 답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말들에는 더 명확한 이유가 내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나 역시 흥도 나지 않고 기분이 한없이 축 처져 있는 날이 있다. 살다 보면 별별 날들이 많겠지만 그런 날은 마음을 추스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더 기운이 빠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날은 딱히 입맛도 없고 생각나는 음식도 없어서 굶고 퍼져 있고 싶지만 언젠가부터는 그런 날일수록 의식적으로 좋아하는 메뉴를 더 고르려고 머릿속으로 여러 음식을 떠올리면서 메뉴 찾기에 노력한다. 사실 기분도 가라앉는데 몸마저 축 쳐져있기 싫은 탓도 있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힘이 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있다. 인간의 즐거움 중 먹는 즐거움도 기분전환에 보탬이 되기는 하니까 말이다.
언젠가는 아들이 기분이 가라앉아있길래 아들이 좋아하는 초밥집으로 데리고 가서 초밥을 사주면서 기분이 안 나는 날에는 더 맛있는 것을 먹어보라고 그러면 조금 나아진다고 얘기했었다. 살면서 아들이 어른이 되어서 기분이 안 나고 힘이 없는 날에는 엄마의 이 말이 생각나서 끼니를 거르지 않기를 바라는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음식이 없을 때도 있다. 평상시 그 많던 식욕은 온데간데없이 메뉴선정이 힘든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무심히 든든한 근처 국밥집이 정답이다. 국밥 한 그릇을 평상시보다 더 열심히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니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 혼자서도 기운을 내자며 씩씩하게 순대국밥을 먹은 적도 있다. 국밥에 기운을 불어넣는 것 마냥 '먹고 힘내자'를 혼잣말로 무한반복하며 평상시보다 열심히 먹었다.어떤 방식으로라도 힘을 내야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