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려진 종이가방에 선물을 담아 주면 푹푹 찌는 더위에 마음이라도 시원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챙겨둔 선물포장 가방도 있다. 정리를 하느라 여기저기 뒤적이다 보니 언젠가는 필요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사서 모아두었던 것들이 아예 한 공간을 선물코너처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보면서 나도 참 어지간히 누군가한테 작은 뭐라도 주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엉뚱하게도 산타가 되고 싶은 상상을 해 본 시절도 있었으니 말 다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사람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갑자기 정리하다 말고 가만히 그것들을 바라보자니 귀찮은 물건처럼 여겨졌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지저분해 보였다. 박스에 담겨있어서 별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요즘 며칠 사이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일까. 그 잠깐 사이에 내가 변한 것일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보다가 다시금 주섬주섬 담아 한쪽 구석에 잘 보관했다.
언제나 미니멀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어도 단호하지 못한 이런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 '다 쓸모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