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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살다보면

서툴러도 괜찮다

by letitbe

회사생활을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생기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일을 하는데 조금 수월할 수는 있겠지만 쌓여온 시간만큼 기대치도 늘어나고 그만큼 책임감도 늘어나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회사에 경력이 쌓일수록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요즘 들어서는 이 정도 경력이면 일이 익숙해서 편하게 회사생활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거만함을 겸손으로 돌려받고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늘 하던 일이 때로는 생각지도 않게 꼬이기도 하고 경력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니 뇌가 예전보다 말랑말랑하지 않고 경직된 것 같기도 하고 사회생활은 그렇게 언제나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작은 일들이 꼬이면서 최근 며칠 동안 힘든 일이 있어서 무기력해져 있었다. 그런 날들 속에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으니 마음 추스르고 나를 잘 지탱하고 서야 하기에 혼자 격려도 해보면서 스스로 잘 지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찰나에 어제는 친한 회사분 차를 얻어 타고 회사로 오면서 하소연을 했다. 그분이 내게 주신 말은 "많이 힘들었구나"였다. 아주 쉽다면 쉬운 보통의 말이었다. 평상시 하지 않던 푸념인 탓이었을까 내 표정을 슬쩍 살피시더니 또 한 번 "많이 힘들었구나"를 제차 말씀하셨다.

푸념으로만으로 끝난 게 아니라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공감을 얻게 되니 이제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타인이 알아주는 내 마음은 꽤나 괜찮은 기분이었다. 베인 손에 대일밴드를 붙이면 그것만으로도 쓰린 상처가 조금 덜 아픈 것 같은 기분이랄까.

살면서 나는 이 말을 누군가에게 얼마나 해주었을까.

"많이 힘들었구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상투적인 말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를 위로를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될 것 같다. 조금 서툴러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생각이 든다.

위로를 받으면서 또 한 번 누군가를 위로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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