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reer Editor Oct 07. 2018

당신을 만난 순간마다, 나는 나였어요.

영화 <에브리타임> 리뷰

뒤늦은 리뷰입니다.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본 뒤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를 바라보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과 마음들이 담겨있습니다.


영화는 여자 주인공 리아넌과 리아넌의 남자친구 저스틴의 몸으로 깨어난 A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A는 날마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납니다. 항상 똑같은 나이이지만,

장소도 매번 다른 지역에서, 남자의 모습으로도 여자의 모습으로도 깨어납니다.

부모님도 없이,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


#1. 첫만남, 리아넌의 남자친구 저스틴  

영화의 주인공 리아넌은 학교에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학교생활에도 성실하고 밝고 씩씩한 '멋진 미소를 가지고 있는 소녀'입니다.


리아넌의 남자친구 저스틴은, 같은 학교의 남학생입니다.

하지만 저스틴은 여자친구보다 또래 친구들과의 의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가진 리아넌의 속앓이를 시키는 남자친구입니다.

어쩐 일인지 평소와 전혀 다른 다정한 저스틴과 리아넌은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저스틴은 다음 날, 바로 전 날의 일과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당황해있는 리아넌에게 다가온 A는 그녀를 소중히 다루지 않는 저스틴과

헤어지라고 설득합니다. 리아넌은 사랑받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소녀이고,

그러한 소녀를 A는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2. 타인, 누군가의 몸으로 다시 만남

이후에 A는 같은 학교 친구로, 남자로, 여자로 수없이 리아넌을 찾아옵니다.

리아넌에게 A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 지금까지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매일 다른 사람의 얼굴로, 몸을 빌려서 생활하는 A는 몸의 주인의 삶을 바꾸지 않는다는 규칙으로,

얼굴 주인공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는 그 모습을 기록해나갑니다.

날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한 모습이지만, 리아넌을 만난 순간의 A는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이고 친구로, 그녀의 곁에서 함께 있고 싶어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녀 앞에 찾아온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 다른 A에게

날마다의 얼굴과 겉모습은 다르지만 고유한 그만의 느낌으로 리아넌은 그를 단번에 알아봅니다.

둘은 날마다 함께 하고, 서로를 데리러 가고 만나며 시간과 마음을 나누게 되지요.


자신을 아껴주지 않고 사랑해주지 않고 존중하지 않아서 마음고생하던 저스틴의 여자친구일때와는 달리,

리아넌은 그냥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럽고 미소가 밝은 열여섯살 소녀입니다.

A와 함께 있을 때의 리아넌은 참, 예쁩니다.



#3. 리아넌, 리아넌의 친구로 만남. 머무름. 떠남.

A와 리아넌은 어떤 인연으로 묶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A는 리아넌의 몸으로 깨어납니다.

그녀가 되어서 그녀를 보며, 그녀를 조금 더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지요.


리아넌의 친구인 알렉산더의 몸으로 깨어나면서 A는 규칙을 깨고 그의 몸에 오래 머무릅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리아넌의 곁에서 함께 하며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것은 A의 삶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은, 누군가의 몸에서 깨어나 그 하루를 사는 것.

스스로를 위해서, 리아넌을 위해서, 그리고 알렉산더를 위해서 A는 리아넌을 떠나기로 선택합니다.


떠난다는 것, 어쩌면 뜨거운 안녕을 한 이후에 남는 것은 여기에 있는 나 뿐입니다.

존재하던 것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되니까요.

리아넌을 떠난 A는 자신의 자리에서 날마다 새롭게 깨어나면서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갑니다.



#4. 날마다, 나는 어디에 누구로 살아있는가?

영화를 보면서 제게 남은 질문은 한 가지였습니다.

리아넌과 A는 둘이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답고 멋진 존재로

그냥 자유롭고 생생하게 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리고 사람과 함께일

그 순간만큼은 근심걱정은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머무를 수 있고,

그리고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나'일 수 있으니까요.


영화 속의 리아넌과 A는 함께할 때, 가장 빛나보였습니다.




"당신이 가장 나다운 순간, 누군가와 함께할 때인가요?


 당신을 가장 빛나게 하는 단 한 사람을 만났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시작할 수 있었던 그 힘은 무엇입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