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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Sep 09. 2019

회상의 자기보호기제

그때가 좋았었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까닭....

우리는 그 때가 좋았었지...라는 말을 심심찮게 쓰곤 한다.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수인 만큼, 이런 어투의 말들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 빈도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20대에 치기어린 자세와 도전의식이 넘쳤던 사람들도 30대를 넘어가며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는 시기를 맞닦뜨리곤 한다. 


이것이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는 부족한 경험 속에서 당시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큰일은 아닌듯한) 결정들을 해야했고, 조언을 구하는 관계들도 본인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또래 속에서 찾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본인의 직감이나 새로운 것에 뛰어들어야 했고 이는 때때로는 무모하지만 젊음의 열정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힘든 시기를 겪어내도록 만들기도 한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니, 20대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여지기 시작하고 때때로 과거로 돌아가 내 자신을 꾸짖고 싶어질 때가 생긴다. 하지만 이는 그 당시 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 그간 겪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가 보는 시야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는 과거의 꿈과 가능성을 생각했던 '내' 가 현실적인 관점으로 옵션을 두고 따지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개인적인 삶이나 직장의 환경에 변화가 생긴 주변인물이 늘었다. 시기 상, 나이 상 그리고 경력 상 슬슬 엉덩이가 들썩거릴 이직 철이기도 하다. 이동을 준비하는 사람들 혹은 이미 결정을 내리고 이동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그땐 그랬었지... 라는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현재의 불만족이 보일 수록 과거를 떠올리며 생각보다 꽤 괜찮았더라고 반추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출처 : https://www.aconsciousrethink.com/8284/how-to-make-good-decisions-in-your-life/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땐 힘들긴했지만 진짜 재밌게 일했던 것 같은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든 것 같아요. 괜히 나왔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만 버텼더라면 지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 때만 넘겼다면 내가 좀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요? 좀 쉽게 포기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 같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 과거를 지났기 때문에 논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사실상 결정을 한 뒤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차가워 보이기도 하거니와 난 다른 답을 찾기 위해 곰곰히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나는 어땠는지를 다시 떠올리며 답변을 골라본다.



과연 그때 정말 재밌게 일했을까?


버텼더라면 더 많은 것을 얻고 적응할 수 있었을까?



결정을 하기 전 까지는 여러가지를 따지고 고민을 한다. 그러나 고민을 끝내고 결정을 내린 다음엔 자신을 믿어야 한다.

이성적인 결정이었을 수도, 한 순간의 감정으로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지만 그것 모두 과거의 '나' 또한 그럴 만 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죽을만큼 힘들었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또렷한 전후관계가 기억나지 않곤 한다. 그리고 보통은 그 시절을 이겨 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다면 현재가 없었으므로 '회상'이라는 것이 생길 수 없고 그저 지금도 힘든일로만 계속될 것이다.) 최대한 좋은 기억, 나에게 도움되었던 일들로 만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사실 심리학적으로 증명이 되기도 한 것인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경험들 속에서 취사선택을 통해 내 머릿속에 남길 것과 버릴 것들을 골라낸다. 

때로는 B컷들을 잘라내어 A컷으로 만든다. 그리고 남은 기억들은 아름답거나 혹은 고통스럽더라도 그 마지막은 좋았다더라...라는 식의 덩어리로 남아서 저장된다. 왜냐하면 사실 그대로 저장해버리면 나중에 꺼내볼 때 너무 처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한쪽 구석에 밀어놓았던 흑역사를 떠올려보시라. 그게 사이사이에 생생히 남아있다면 그 기억을 떠올릴 때 마다 너무 부끄럽고 내 자신이 싫어질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이고, 인간이 갖는 망각의 축복이다.


좋은 기억들만 남기고 이전의 어려움 보다 헤쳐나온 결과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방향이다.

하지만 이 기억이라는 것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과거 내가 내렸던 올바른 선택 까지도 지금 당장의 감정 때문에 실수로 치부할 수 있으므로....



Love of Fate



아모르 파티 Amor fati_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내가 내린 나의 결정과 운명을 사랑해야 현재의 삶을 긍정하고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현재의 어려움으로 너무 내 자신을 꾸짖거나 원망하지 말자.

나를 위한 선택은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내가 결정을 내렸다면 그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다소 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내가 결정한 것이라면, 내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할 만 하다.

곧 다가올 미래에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운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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