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인규 Nov 21. 2018

90일의 마법, 레드 로즈 효과를 아시나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을 가면 즐거운 일가득할 겁니다. 보통 웬만한 관광지는 머릿속에 저장 한 뒤에 가겠지만, 미디어가 아무리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한들 실제 보는 것 과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진으로 봐도 좋은데 직접 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여행을 하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요? 

행복한 일만 함께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스트레스받는 일 역시 있을 수밖에 없을겁니다. 아무래도 익숙했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니까요.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행자들을 괴롭히겠죠. 대표적으로 음식이 생각보다 맛이 없을 때, 날씨가 좋지 않을 때, 현지인과의 마찰이 있을 때 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여행을 갔다 온 초기에는  즐거운 경험도 경험이지만 스트레스받은 일에 대해도 자주 표현합니다. 처음 가는 여행일수록 부족한 정보에 방황하거나 실망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여행 붐이 진행 중인 시점에 이런 경험은 흔하겠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30일간의 유럽 여행, 15일간의 베트남 일주를  당시에는 힘들 때가 참 많았습니다. 관광지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닐 때, 음식이 안 맞았을 때가 유독 스트레스였죠.

유럽에서는 독일, 스위스가 가장 스트레스였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음식이 저와 너무 맞지 않더군요. 평소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해 소금류를  찍어 먹는 편이지만, 그곳의 음식들은 대부분이 소금장에 실수로 떨어뜨려 범벅이 된 맛이었습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음식이 안 맞는 것은 참 고통이었죠... 스위스는 물가가 참으로 비쌌습니다. 융프라우로 왕복하는 기차가 고작 2시간이면 끝이지만 20만 원을 넘고 맥도널드 빅맥세트가 카드에 21894원이 찍힌 것은 정말 황당한 경험이었죠.


베트남은 더욱 심했습니다. 7월에 친형과 함께 하노이부터 호찌민까지 웬만한 도시는 다 거쳐 가며 여행을 했는데, 7월이 최악의 날씨라는 점을 모르고 가 고온다습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가끔은 너무 더워 30분 이상을 못 걷고 돌아온 날도 있었습니다. 또 영어를 하면 통할 줄 알았지만 저희가 쓰는 발음과는 많이 르더군요. 그러니 자연스레 의사소통도 힘들었고 가끔씩 과한 향신료의 맛에 구역질을 한  있었습니다. 여행을 왔다기보다는 정글 탐험하러 왔다고 생각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이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시간은 여행을 갔다 온 초기뿐이었습니다.








레드 로즈 효과란, 89~100일 뒤에는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정확히 이 날 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은 좋았던 기억은 물론이고 안 좋았던 기억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이제는 독일에서의 음식 문제, 스위스에서 가격 문제는 그저 신기했던 경험일 뿐이며 그때의 나쁜 감정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베트남에서는 한번 고산지대인 달랏을 간 적이 있었는데, 갑작스레 가을 날씨가 되 순간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향신료 역시 과한 곳은 입맛에 안 맞았지만 적당한 양의 고수를 넣은 곳은 정말 깊은 맛을 내 즐겁게 먹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웠을 때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이, 맛없던 것을 먹었을 때보다는 환상적인 음식을 먹었을 때가 기억나더군요.


짧게 갔다 온 여행은 그저 아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유럽처럼 오랫동안 갔다 온 여행일 때는 이젠 여행을 좀 쉬어야겠다 라는 생각도 했는데요,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여행은 참 신기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 기억도 남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 주위 사람들과 이런 경험들을 공유해보면, 모두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듯 여행이 좋은 요소만이 있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이 마법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전 05화 핑계로 멀어지는 여행. 미룸의 끝은 후회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