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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인규 Jun 30. 2019

벙어리 수준에서 떨림도 즐기기까지. 발표를 잘하는 법

발표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말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발표. 어릴 적부터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포츠처럼 뭔가 화려한 개인기로 이끄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죠. TV 속에서 나오는 관련된 유명인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행복한 상상을 할 때는 항상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발표를 하는 제 모습을 떠올리더군요. 고등학교 때 까지는 별로 기회가 없었지만 대학교 수업에서는 자주 다루니 적극적으로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발표에 있어 불편한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혀가 짧다는 것이었죠. 또박또박 말하면 문제없는 수준이지만 남들이 하는 대로 편하게 말하면 발음이 부정확해서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더군요.


이런 문제는 발표를 처음 시작했을 때 치명적인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없이 천천히 말하도록 연습해도, 막상 실전에서는 긴장감 때문에 원래 하듯이 해버렸으니까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발표를 한 것이 서양과 역사라는 대형 강의였는데, 첫 발표이기도 하고 개인 발표가 아니라 팀원 대표 발표인지라 A4용지 2장 정도 되는 내용을 토시 하나 빠짐없이 외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자니 떨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더군요. 결국 첫 시작부터 더듬거리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말도 못 하고 교수님 통제 하에 쓸쓸히 내려왔습니다. 잘하고 싶었고 그만큼 열심히 했기에 충격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트라우마로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계속 도전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잘해야지 다음번에는 '더' 잘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3년간 수강한 모든 수업에서 발표를 맡아서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누구의 도움을 받은 적은 없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확실히 여유가 생기고 요령도 많이 생기더군요. 이제는 발표를 하고 나면 재미있었다 발표를 잘한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간 숱한 발표를 통해 알게 된 발표 노하우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1. 발표는 자기 자신의 말로


대학교에서 발표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이 대본을 보면서 줄줄이 읽습니다. 딱히 발표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제대로 한다고 해서 높은 성적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발표자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만큼 듣는 사람도 똑같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대본을 그대로 읽는데도 중간중간에 버벅거리고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글자 그대로 읽는데도 왜 실수를 할까...






저는 그 이유를 평소에 쓰지 않는 말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대본은 인터넷 어딘가에 있는 정보들을 복사한 것들 일 텐데, 그 글과 본인이 평소에 하던 말투가 일치 할리가 없겠죠. 대본을 보고 읽든 제대로 발표를 하든 첫 시작은 조사한 자료를 자신이 평소에 말하는 듯한 말투로 바꾸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2. 완벽하려 할수록 완벽해지지 않는다


제 첫 발표가 완벽히 실패했던 이유는 완벽하게 암기하려 해서였습니다. 아무래도 발표를 하는데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미리 준비한 대로 말하는 것이 퀄리티가 높겠죠. 하지만 막상 발표를 시작하면 긴장감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완벽해지려 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자료 조사를 한 후에 어떤 식으로 발표를 할지의 대본은 만들지만 연습할 때 절대 이 대본에 맞춰서 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를 하면서 그 대본대로 일치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가령 예를 들면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쪽을 진로로 삼았다. 가 본래 할 말이라면 순간적으로 진로라는 말이 먼저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때 대본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준비를 했다면 나는 진로가 여행 쪽인데, 30일 동안 다녀온 유럽여행이 큰 영향을 줬다. 이런 식으로 순간의 기지가 나오는 것이죠. 피피티를 보면서 연습을 하면 순서를 뒤죽박죽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 아 틀렸네..라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습하기보다는 당황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말이 되도록 문장을 만들어보는 연습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중간중간의 위기에 큰 도움을 주더군요.




3. 연습할 때 잘 안 되는 것은 실전에서는 더 안 된다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이해되지 않는 말들이 있을 겁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을 수도 있고 발음하기 힘든 단어가 있을 수도 있죠. 이런 내용들은 연습을 많이 해도 실전에서는 여전히 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것들을 피하거나 제대로 이해해봤습니다. 내가 이해 못하는 것을 듣는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겠죠.

어려운 내용들은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말이 술술 나오더군요. 하지만 발음에 있어서는 제가 ㅅ발음이 정말 안 되는데, 연습을 많이 해도 실전에서는 자주 틀려서 웬만하면 단어를 바꿔서 말합니다. 가령 삶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발표에서는 인생이라는 단어로 바꿔 말하는 것이죠. 피할 것은 피하고 돌파할 것은 돌파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4. 좋은 발표는 지루하지 않다    

           

제가 발표를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웃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콘텐츠가 훌륭하고 말을 잘한다고 해도 청중을 지루하게 만든다면 그 내용이 온전히 전달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내용 자체가 너무도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면, 듣는 사람이 계속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웃음 포인트를 중간중간에 넣어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만 준비하고 기억에 남지 않을 발표가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 해답은 항상 현재 청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찾았습니다.   

             





가령 제임스 조이스라는 아일랜드의 유명 소설가를 소개하는 발표를 할 때는 그의 대표작인 율리시스라는 소설에서 웃음 포인트를 찾아봤습니다. 이 소설은 고작 하루의 일과를 1024페이지에 걸쳐 묘사한 것인데, 저는 이 방대한 양을 수업시간과 연결해 "수업시간으로 적용해보자면 대략 200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쓴 것입니다. 그러니 쓸 내용이 없어 별의별 내용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배고프다, 졸리다, 집에 가고 싶다 등 말이죠 ㅎㅎ"와 같이 좀 더 와닫고 재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듣는 분들이 눈가에 힘이 풀리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중간에 이러한 요소들을 넣어주면 끝까지 집중을 하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


지금까지 거의 4년 동안 꾸준히 발표를 하면서 대부분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수업에서 발표를 할 때는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대본을 그대로 읽으려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그대로 읽는 분들을 좋게 보지 않는 저로서는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죠. 준비도 안 했는데 자유롭게 발표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발표가 시작하자 대본에 연연하지 않고 말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열심히 준비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말하는 제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꾸준히 연습했던 것이 이렇게 나타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항상 그러듯이, 긴장은 됐지만 더 이상 억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했던 발표 중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지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이 발표지 않을까.. 합니다.









꾸준한 노력만큼 어려운 것도, 좋은 것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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