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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인규 Jul 08. 2019

부모님만 보면 눈물이 나옵니다




벌써 4년도 더 된 일이지만,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을 때면 종종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그 일 이후로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항상 죄송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희 집은 그럭저럭 잘 사는 수준이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맞벌이를 하셔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부족한 여유만큼 넉넉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위로 형이 한 명이 있는데, 나이 차이가 크지 않는지라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비슷한 패턴의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려운 형편이 아니기에 충분히 어머니 아버지 자신을 위해 놀러도 가시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실 수 있었지만, 항상 그런 것들이 사치라 여기시고 온전히 저와 위로 하나 있는 형을 위해서만 돈을 쓰셨습니다.


친척분들이, 친구분들이 뭐 좀 사고 놀러 다니라고 해도 그저 귀찮다고,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하시는 어머니, 아버지. 그땐 정말로 귀찮아서, 관심이 없어서 집에만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정말로 사치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어머니는 제가 제대로 된 지갑이 없는 것을 알고서는 백화점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마침 슬슬 지갑의 필요성을 느낀 저는 신나서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골랐는데,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옆에 어머니가 다른 곳으로 가신지도 몰랐었습니다.


그래서 골랐다고 말씀드리러 가는 도중에, 금목걸이를 보고 계신 어머니를 봤습니다. "엄마 나 지갑 골랐어!"라고 말하기 전에 순간적으로 어머니의 표정을 보게 되었는데, 그 표정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사치가 싫다고 하신 어머니였지만 목걸이를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간절해 보이는 눈빛이셨습니다.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백화점에 함께 온날이 수백 번인데, 왜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습니다. 차마 못 본 척할 수 없었기에, 자책감을 수십 번 되새기면서 어머니한테 다가갔습니다. 그러더니 어머니는 조금 놀라신 표정으로 다 골랐니?라고 하시면서 바로 이동하려고 하시더군요.


저는 가시려는 어머니를 붙잡고 바로 제 카드로 그중 가장 어울리는 목걸이를 사드렸습니다. 다행히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남아있더군요. 처음에는 어머니가 "돈도 없는 얘가 이런 걸 왜 사니!"라고 하셨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걸고 다니십니다.





이 일을 계기로 지금까지 부모님께 철없이 행동했던 모든 것들을 돌이켜보게 됐습니다. 손잡는 게 부끄러워 도망치던 시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주저했던 시절, 생신 날짜를 까먹고 지나쳤던 날들.. 투덜대는 말투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동받으시는 어머니를 보면 그저 안타깝고 후회스럽기만 했습니다.


아직 학생이라 많은 것을 해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걸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50이 훌쩍 넘으신 연세에 해외여행을 한 번도 안 해보신 부모님을 위해, 고작 금목걸이 하나 사는데 주저하셨던 어머니를 위해, 지사장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명품이라곤 한 번도 사본 적 없으신 아버지를 위해,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군대에서 적금으로 모은 돈. 큰돈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을 위해 카드를 긁을 때는 마음이 후련했습니다.  


감정 표현도 별로 없는 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 그때 일이 떠올라 가끔씩 눈가에 눈물이 맺습니다.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세상에 이제부터는 하루하루 후회 없이 해드리자고 다짐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못하셨던 것들을 최대한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눈물을 글썽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카톡을 보냅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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