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사소함에 감동한다
3년간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 분야는 오직 서빙 하나였습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 역시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빙이 끌리더군요. 요식업에 관심이 있는 만큼 새로운 곳에서 일할 때마다 그 음식점에 대해 알아보고 비결을 파악해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많은 곳에서 일하다 보니 성공 혹은 실패의 비결을 조금은 알게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음식점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써볼까 합니다.
널리고 널린 것이 '맛'집
새로 생긴 음식점 10개 중 8개는 바로 망하고 2개 중 1개만이 지속적으로 살아남는다. 예전부터 많이 들어온 말입니다. 이 말에 따르면 음식점의 생존율은 고작 10프로뿐인 것이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음식점들을 생각해보면 얼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말 수많은 음식점이 사라지고 다시 생기지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거리를 지키는 음식점은 소수일 뿐입니다.
그럼 저 살아남은 1개의 음식점은 정말 꾸준히 잘될까요?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존율 10프로, 얼핏 보면 상당히 어려워 보이지만 이 10프로가 쌓이고 쌓이면 그 음식점도 많아지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꾸준히 잘되는 곳은 그 1개의 음식점 중에서도 반절도채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단골 음식점과 가끔 가는 음식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정말 압도적인 음식점이 아닌 한 바로 옆에 생긴 음식점과 경쟁을 하다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맛으로만 승부하기에는 살아남기 너무 힘든 것이 음식점인 듯합니다.
음식 맛만큼이나 중요한 손님 대접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음식점을 가면 흔히들 듣는 멘트입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 생이 하는 말들일 텐데, 마음속으로는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손님이 온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좋은 건 사장뿐이니까요. 손님들도 다 알 겁니다. 이 말이 정말로 환영해서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음식점을 들어가는데 본척만척한다면 기분이 매우 상하겠죠. 음식점에 당연히 음식을 먹으러 왔겠지만 외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아르바이트생이 뭐 남자 친구, 여자 친구도 아니고 큰 것을 기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요청하기 전에 행동을 취하기
그렇다면 사소한 것은 어떤 것이 예가 될 수 있을까요? 정말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손님 테이블을 계속 보면서 물통에 물이 없다, 냅킨이 없다 하면 말하기 전에 가져다주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겁니다. 달라고 할 때 주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미리 준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요. 조금 더 나아가 보면 짠 종류의 음식일 때 먹는 손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면 말하기 전에 대처를 해주고 질긴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시는 손님께 주방에서 손질 좀 한 다음에 다시 드리는 등 다양한 예가 있을 겁니다.
이러한 사소함이 합쳐지면 손님에게는 크게 다가가더군요. 최저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자발적으로 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만, 잘 나가는 음식점일수록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이니까요
진심으로 다가가기
음식점을 가보면 사장이 자주 보이는 곳과 자주 보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대체로 사장이 안 보이는 곳은 개판인 곳이 많습니다. 눈치 볼 사람이 없으니 대충대충 하는 것이죠. 손님이 오더라도 핸드폰하고 있고 뭐 요청하면 싫은 티 딱 드러내고.. 손님이 왕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이 왕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잘 아는 사장님들은 매우 자주 음식점에 머뭅니다. 그리고 인건비도 절약할 겸에 직원 수를 조금만 두고서 바쁘면 자기도 일하는 것이지요. 돈도 아끼고 통제도 할 수 있으니 이런 것이 일거양득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손님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잘 나가는 사장님의 경우에는 손님 하나하나에 신경을 씁니다. 가령 샐러드가 나가야 한다고 했을 때 유통기한이 지나기 직전이라서 시들시들하다면 가차 없이 버립니다. 그 샐러드 비용보다 손님이 실망하고 안 오거나 잘못된 소문을 냄으로써 버리는 비용이 훨씬 크다고 생각해서겠지요. 하지만 주방에서 누군가 실수로 샐러드를 엎어도 티 안 나니까 다시 담아가라고 하는 가게는 결국은 문을 닫더군요.
리필로 감사함을 표현
한국처럼 반찬이 무한리필 되는 곳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김치, 각종 나물류, 국물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입맛에 맞는 반찬들이 나오면 한 번쯤 리필이 가능할까? 라고 고민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특징이죠. 이러한 손님들께 리필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은 커다란 감동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리필에 대한 인식만 바꿔도 충분합니다. 리필을 하니까 돈이 더 나가겠네... 가 아니라 맛있게 드셔주셔서 너무 감사하네...! 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그러면 그 마음은 손님께 고스란히 전해질 것입니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이 손님을 단골로 만들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나 리필이 부담되는 종류라면 처음부터 안 된다고 말씀하세요. 주느니 마느니 하는 만큼의 양은 안주는 것만도 못합니다.
단골의 중요성
음식점에 있어 단골은 정말 소중합니다. 단순히 자주 와서 매출을 높여준다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음식점과 실패한 음식점의 가장 큰 차이는 단골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텅 빈 가게보다는 북적북적한 가게를 더 선호하는데요, 손님의 수가 맛집의 증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적북적한 가게도 처음에는 손님이 없었을 텐데 이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단골의 힘이죠.
그 가게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텅 빈 가게를 보면 아.. 여기 맛없나 보다 다른데 가자..라고 생각하지만 단골이 텅 빈 가게를 보면 와우! 오늘 자리 여유롭네 제일 좋은 자리 앉자 ㅎㅎ 이런 반응일 겁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사람이 채워지면 새로운 손님들도 오게 되는 것이고 그중에서 또 다른 단골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골을 실망치 않게 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너무 티 나게 대접하면 옆에 있는 손님의 정색을 볼 수 있으니 더 주지는 못하더라도 간단한 안부 인사, 취향을 까먹지 않고 신경 써주는 것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이죠.
사소한 차이로 성공하고 망하는 순대 포장마차
저희 집 근처에는 신호등을 두고 마주 보는 두 곳의 순대 포장마차가 있습니다. 제가 워낙 순대를 좋아하는지라 일주일에 최소 4번 정도는 들리는데, 처음에는 A포장마차가 순대의 양을 좀 더 많이 줘서 자주 갔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는 저는 매번 소금을 주지 말라고 했는데요, 1주, 2주 한 달이 지나도 매번 방문하면 소금 얘기하는 게 조금씩 짜증 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쯤은 소금은 안 줘도 되지?라는 말을 하길 기대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는 B포장마차를 방문했습니다.
양은 조금 덜 주지만 자주 오는 것을 보고 바로 소금 여부를 물어봐주고 가끔씩은 불어 터진 순대를 그대로 담아주는 A와 달리 가차 없이 버리고 모양, 위생에도 신경을 써주는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B포장마차에 단골이 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5년 동안 길을 지나가면서 두 곳을 비교해본 결과 처음에는 A포장마차에 대체로 손님이 많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B 쪽으로 사람들이 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지금은 손님이 많아서 기다려야 하는데도 A 쪽으로 안 가는 손님들도 많더군요. 순대를 같은 곳에서 구입해서 쓰는데 이런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은 결국 그 사소함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사소한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