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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인규 Dec 07. 2019

책을 읽어도 달라지지 않는 이유




독서를 해야 한다. 독서를 해야 한다. 독서를 해야 달라진다. 수없이 들어왔던 말이다. 그래서 독서를 시작했다. 1주일에 1권씩. 평소에 마케팅 직무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집중적으로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책이 과연 도움이 될까?라고 의문했던 나였지만, 추천을 받아서 읽어본 책들은 그러한 인식을 모두 부셔주었다. 책 한 권에 인생을 담았다랄까. 읽는 데에는 몇 시간이면 가능하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서는 수십 년을 고민해왔다고 생각이 드는 책들이 많았다. 정말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작가의 인사이트에 소름이 돋기도 하고, 정리하기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아쉬워서 특정 부분은 토시 하나 빠짐없이 적어둔 적도 있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뭔가 이렇게 좋은 책들은 읽으면 내 실력 자체가 상승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현재 뼈 아대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신 고영성 작가님의 마케팅 추천도서 티핑포인트, 스틱, 컨 테이져 스 전략적 입소문, 콘텐츠의 미래. 이 4가지 책들을 읽고 난 뒤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며 대단한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도 달라질 수가 없었던 이유를 공유해볼까 한다.











1. 까먹어서


독서를 해도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까먹기 때문이다. 아주 인상 깊었던 것은 기억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내용은 까먹는다. 또한 기억한다 할지라도, 특정 내용만 기억하고 맥락은 잊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초기에는 읽었다는 만족감을 제외하면 크게 남았던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영어단어처럼 암기하고자 읽는 내용들은 아니지만, 까먹는 수준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기고 나면 바로 까먹는다.


이를 위해 2번을 읽거나, 읽은 뒤 서평을 쓰는 방법이 있다. 이 둘은 정말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책 자체를 읽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에 동떨어진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인상 깊은 내용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정리를 한다. 그리고 가끔씩 정리한 내용을 보면서 앞 뒤 맥락을 떠올려보곤 한다. 할애하는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지는 몰라도, 완독을 한 뒤에 해야 하는 것과 하는 도중에 하는 것은 적어도 내겐 커다란 차이였다. 막막함이 없기 때문이다.





2. 비판할 수가 없어서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은 책 1권만 읽은 사람이다. 이 말을 지금은 정말 크게 공감한다. 처음 추천을 받은 티핑 포인트, 스틱, 컨 테이져 스 전략적 입소문, 콘텐츠의 미래. 이렇게 4개의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정말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실제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검증을 받은 책이니 내용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고가 들어간 책에서는 절대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특히나 마케팅 분야 책에서는 더더욱이나 말이다.


그렇기에 책 내용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왜? 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조금만 읽어봤을 때는 그저 작가의 말이 정답인 양 들린다. 이 상태라면 그 책 내용은 전혀 자신의 것이 될 수가 없고, 자신만의 논리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1권으로 인생을 바꿔줄 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1권으로 만족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읽지도 않는 것이 낫다.



    


3. 적용하지 않으면 종이일 뿐


지금까지 50권 정도의 마케팅 책을 읽고, 정리를 했다. 그중 인상 깊게 읽은 책만 해도 20권 훌쩍 넘기니, 나름 즐거운 여정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4권을 읽었을 때보다 자신감은 더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나만의 생각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독을 했으니 내 마케팅 관련 능력이 확연히 달라졌을까?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독서와 실전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았다고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은 부딪치고 실패를 해봐야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독서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본인 스스로가 달라져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구조화한다면, 출발선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방향을 설정하고 시작하는 것과 방향조차 모르고 허둥대는 것의 차이는 굳이 길게 말 안 해도 큰 차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축구경기를 보다 보면 감독의 전술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선수 출신들이 있다. 지금 떠오르는 사람만을 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폴 스콜스, 게리 네빌 그리고 아스날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해당 감독은 무능하고, 이들이 만약 감독직을 맡으면 정말 대단한 성과를 내놓을 것만 같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이 세 사람 모두 선수로서는 훌륭할지는 몰라도 감독으로서는 최악의 경력만을 가지고 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수많은 변수 수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저렇게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결국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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