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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인규 Dec 29. 2021

매장 70%를 와인으로 채우는 대형마트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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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픈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보틀벙커' 와인 시음공간


가히 혁신적이다. 일반 소규모 마트 수준 크기가 아니다. 무려 1320㎡ 약 400평 수준. 롯데마트는 오직 와인 하나로 매장 1층의 70%를 채우는 공간 혁신을 시도했다.


물론 와인의 인기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하늘로 치솟았다. 굳이 통계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주변 편의점에서도 너도나도 와인을 팔고 있는 것을 보면 예전과 달라진 인기를 실감한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와인 매출 증가율은 19년 24.7%, 20년 59.8%, 21년 11월 16일까지 63.4%로 매년 급격하게 성장했다. 와인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말 롯데마트는 단순히 와인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했을까?



보통 혁신을 시도할 때는 단순히 현상만을 바라보고 진행하지 않는다. 롯데마트는 와인으로 시작하지만, 이것을 필두로 또 다른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을 육성시키겠다는 포부일 것이다. 롯데마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롯데마트만의 확실한 이미지를 심자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정신을 못 차릴 때 나 홀로 질주 중인 창고형 할인마트. 그 중심에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다. 코스트코는 한국 진출 이후 최초로 매출 5조 원을 넘어섰고, 이마트 트레이더스 역시 사상 첫 3조 원 매출을 눈앞에 다. 이 두 곳이 오프라인의 한계를 깨고 성장할 수 있는 핵심은 뭘까?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일반 대형마트 판매 품목이 2만 개 일 때 창고형 할인마트는 4000~5000개 수준으로 현저히 적은 편이다. 소품종 대량 판매 전략으로 인해 가격을 좀 더 저렴하게 잡을 수 있고,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들을 위주로 판매하다 보니 객단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고객들은 창고형 할인마트를 보며 '내가 필요한 제품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처럼, 대형마트도 해당 매장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확실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온라인이라는 편안함을 포기하고 방문할 수 있으니.   


이제 오프라인은 단순히 '다양한 상품이 있다'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다양성만으로는 굳이 온라인을 선택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롯데마트는 인기가 치솟고 있는 와인 한 카테고리를 집중해

다양성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 것이 아닐까?


4000여 종의 와인을 들여놓음으로써 이곳에 없다면 국내 어느 곳에도 없다는 극강의 '다양성'과 소믈리에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들과 호텔 출신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해 극강의 '전문성'을 통해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만의 확실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말이다.



체험형을 넘어서 '체류형' 점포로


이마트 월계점 오더 메이드 서비스


코로나19가 대형마트에게 커다란 시련을 줬지만, 이마트는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슬기롭게 해결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 월계점은 비식품 매대를 과감히 덜어내고 매장의 약 70%를 레스토랑과 서점 등 임대매장으로 탈바꿈했다. 기존 임대매장 공간이 20%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도 파격적인 공간 혁신이라 할 수 있겠다.


월계점의 핵심은 '체험'이다. 특히나 핵심 식료품을 체험하는 코너가 많다. 마트 입구에는 과일을 놓는다는 마트의 상식은 버리고, 축산, 수산 코너에서는 오더 메이드라는 서비스를 해주면서 고객들의 세세한 요구를 들어준다.


엔터테인먼트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월계점은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 리뉴얼 오픈 1년 만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2% 성장한 것이다. 작년 9곳에 이어 올해 18개 매장을 리뉴얼한 것을 보면 확실한 효과를 맛 본 셈이다.


롯데마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체류형 마트를 지향한다. 그 시작을 와인으로 선택한 것이다. 와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체류형 점포와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신의 물방울 中 디켄팅 장면


첫 번째, 최근 와인 열풍이 불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와인은 일반적인 소주나 맥주처럼 친근한 이미지가 아니다. 어느 정도 생소하다 보니, 다양한 와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재밌는 설명이 곁들여진다면 고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신의 물방울 1권 中


두 번째, 와인은 음미를 하는 주류다. 일반적인 소주처럼 마시고 크~~! 하고 넘어가는 주류가 아니다.

그렇기에, 시음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좀 더 체류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보틀벙커에는 총 80여 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으니, 시즌에 따라 품목을 적절히 변경하고객은 꾸준히 오래 머무르게 될 것이다.








이마트를 시작으로 대형마트는 너도나도 고객들의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충족시켜주는 대표적인 것들로는 문화공간 & 식료품이다. 롯데마트 보틀벙커가 기대되는 점은 바로 이점이다. 와인은 마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적 교양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보틀벙커가 반응이 좋다면 이를 시작으로 또 다른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그러면 대형마트 매장마다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질 텐데, 여러 매장을 방문하는 재미도 쏠쏠해지리라 생각된다.


이제 호캉스를 넘어 마캉스가 또 다른 신조어로 되는 건 시간 문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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