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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은나의것 Oct 31. 2020

C1 학생을 가르치는 즐거움

독일어는 즐거워


학부 시절부터 독일어와 영어를 가르쳐왔으니  외국어 강사로서의 경력은 적지 않다고 이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는 시민대학에서 맡고 있는 강의, 공증 번역과 기타 일반 번역일로도 이미 나의 하루는 지나치게 가득 찰 때가 많아 일대일 과외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지금까지 여러 나이대, 직업군의 사람들을 가르쳐왔는데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  대부분은 독일어를 처음 시작하는 A1 정도의 수준에서 B2까지 분포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얻은 결론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이 50퍼센트 정도라는 것. 나머지는 학생의 동기, 의지, 자가 학습이 채우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선생으로서 50퍼센트까지도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나는 그 50퍼센트의 역할을 최대한 잘 수행하고 나머지 50퍼센트를 유지하도록 관리해주고 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와 일주일에 두어 번 과외를 받고 숙제는 절대 하지 않던 아이들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으나 엄청난 동기를 가지고 한 달 동안 매일 나와 공부했던 음대 입학 지망생이었던 한 학생은 한 달 안에 b1 시험에 합격하고 두 달 있다 b2 마저 합격했다. 실기를 이미 통과한 터라 어학 자격증이 아주 급했던 학생이었다.  자격증 획득만이 목적이었기에 그야말로 한국식 족집개 과외를 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것을 흡수하고 따라와 준 그 학생의 의지는 한 달 안에 b1이라는 거의 불가능한 목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학생은 3년이 지난 지금 석사에 진학했고 다시 독일어를 공부하고 싶어 나에게 연락을 했고 일주일 한 번의 과외를 시작했다. 참 귀한 인연이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는 속담과 같은 맥락으로 ' 용기 있게 질문하는 자가 좋은 선생님을 얻는다' 고 하고 싶다. 더 이상의 개인 과외는 하려던 의지(!)가 없던 나에게 한 여자분이 용기를 내어 연락을 해주었다. 그 분과 지금 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스카이프 과외를 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으로 사실상 화상 과외를 더 이상 받지 않고 있었는데 그 학생의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와  '고급 독일어'를 향한 열정은 없는 시간도 쪼개어 가르치고 싶게 하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이 학생은 이미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에 다년간 거주하며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어라는 것은 의지를 가지고 공부하지 않으면 도무지 더 이상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은 선생의 입장에서도 늘 도전이 된다.

오랜만에 C1 수준의 교재들을 다시 연구하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들을 골라 숙제로 주면서 나 또한 가르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개인 과외라는 특성상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학습이지만 모쪼록 외국어 학습의 멘토로서 최대한 많은 것을 전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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