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줄 때.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는 글은 '나이 듦'에 대한 감각, 또는 그것에 불러오는 불안과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보낸 시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며 소중했다. 아이들이 아기 었을 때 함께 울고 웃으며 찍은 사진 속의 나는 아주 행복하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 아직도 힘든 마음은 어디 갔는지 모르게 많은 것들이 밝고 보송보송하다. 귀여운 아이들을 매일같이 돌보고 한 시도 빼지 않고 그 아이들 곁에 있으며 매 순간 나는 아주 축복받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늘상 이야기하는 육아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많은 경우 해당하지 않았던것 같다. 그것은 물론 학생 남편이 육아를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나는 정말이지 이 작은 존재들이 온전히 나를 필요로 하는 그 시간들이 너무도 축복같았다.
한국의 이모들은 내 모습을 보고 '나는 아이들이 고맘때 키우는 게 힘들어서 아이들 예쁜걸 몰랐는데 너는 참 독특하다' 라고 했다.
그 시절을 독특하다 할만큼 너무도 행복하게 보내온 탓인지 나는 내 젊은 시절을 몽땅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렇게 길다면 긴 세월을 지나면서도 꼭 훗날 나는 무언가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품고 있었다. 내 주변에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아이 없이 커리어를 모두 잘 쌓은 후 삼십 대 중반이 되어 외동아이 하나만을 키우는 친구들이 많다. 육아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어디에서 그런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인지.. '낭중지추'를 가슴에 새기면서 혼자 고군분투도 했던 것 같다. 회사나 기관에 속해서 커리어를 쌓지 못하면서도 나는 무언가를 향해 늘 노력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자의 반 타의 반이 되어 사회로 나와야 했다. 내가 가진 역량으로 현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을 때 전문 자격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준비하여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시험에 합격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일과 육아를 안정되게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게 다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삼 년 전쯤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이를 생각하자. 지금도 나쁘지 않다. 등등 주저앉아도 될 이유들은 많고 많은데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다다라 있는 사람들을 자꾸 바라보게 되는 것이 멈춰지지 않았다.
코로나로 일 년 반 이상은 그냥 지나갔고 이러다 보면 정말 영영 못하고 나이만 들어갈 거란 위기감이 생겼다.
그래서 도전하기로 한다.
새로운 시작. 나이가 이렇게나!! 먹어서도 식지 않는 꿈이 있다는 것. 그것을 살아낼 자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점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길고 긴 고민 끝에 그냥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잘 해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만한 성과도 내어야 할 것이다.
멘털과 건강 관리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서 운동은 거의 안 하던 내가 조금씩 걷는 것에 신경을 쓰고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멘털도 건강도 모두 훈련이 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으로 알아가고 싶다.
작고 큰 좌절들이 물밀듯이 나를 덮칠까 봐 너무너무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내가 도전했음을 스스로 이 길을 가기로 했음을 늘 다시 새기려고 한다.
'나는 강한 사람입니다. 도전을 피한 적은 없습니다'
연극의 대사 중 하나로 내 친구가 나에게 들려준 말이다.
누구보다 약한 멘털을 가지고 있다며 스스로를 비관하던 나였으나 떠올려보면 가장 어려운 순간에 늘 눈물을 바로 닦고 일어나곤 했었다.
그 사실 하나를 붙들고 나아간다. 나아간다!
이 글은 나의 첫 발걸음을 기념하는 글이다. 생각으로만 두면 흘러가버릴 것 같아서 글으로 남겨두니 훗날 이 처음을 기억하며 웃음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