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은나의것 Sep 05. 2019

거창한 하루

거창한 하루.  너무도 특별한 하루. 이런 날이 인생에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은 오늘과 같은 하루.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

나의 하루는 새벽 6시 10분쯤 첫째 아이의 ' 엄마' 하는 부름으로 시작되곤 한다.


늦게까지 무언가를 하다 자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이던 내가 인생의 커다란 축복인 아이들 셋의 엄마가 되면서 강제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 아니 되어가는 중이다.


늘 모든 것을 규칙에 따라 모범적으로 해내는 스타일인 첫째는 비교적 먼 사립 김나지움을 다니느라 늘 우리 집에서 일 번으로 일어난다. 작년까지는 아빠가 기꺼이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출근 전 첫째를 데려다 놓았으나 6학년이 되면서 아이는 버스를 타고 혼자 오는 일을 시작하였고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다. 문제는 나의 적응. 매일 6시 10분 정말이지 너무도 일어나고 싶지 않은 그 기분을 매일같이 극복하는 것은 거의 수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극기하는 기분으로 늘 주섬주섬 일어나 아이의 빵을 굽거나 자르고 적당한 야채를 고르고 씻고 자른다. 적당한 용기를 씻고 닦고 냉장고에서 필요한 버터, 치즈, 햄을 고르고. 일단은 첫째 쌀 것 만을 생각한다. 둘째, 셋째, 남편까지... 아직도 싸야 할 도시락은 세 개가 더 남았지만. 일단은.. 이렇게 단순한 것만 같은 일이 왜 이리도 매일 같이 쉽지 않은 것일까.. 판단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일까? 도시락을 싸야 하는 아이들 3명 남편까지 하면 네 명. 네 명에게 모두 똑같은 빵 종류와 안에 들어가는 햄과 치즈 잼의 종류를 같게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먹는 과일, 안 먹는 과일의 종류가 같다면 나의 고민과 피로감은 확 줄텐데. 첫째는 살라미를 좋아하지 않고 빵에 쨈을 바른다. 둘쨰는 살라미만 좋아하고 절대 잼을 바르지 않는다. 좋아하는 빵 종류도 다르다. 셋째는 비교적 모든 것을 다 잘 먹지만 그래도 가리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남편은 일단 다 잘 먹긴 하지만 양이 많으므로 빵을 두 개 싸야 한다. 과일 중에 장미과 열매? 의 것들은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므로 야채 과일을 쌀 때 주의한다. 그리고 Nachtisch(후식)으로 싸주는 것의 종류도 모두 다르다. 거기에 물통 씻기 그리고 물 채워 넣기.


이렇게 하나하나 숙제를 해치우는 마음으로 때로는 수련하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싼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래도 혼자 옷을 챙겨 입는 첫째는 수월한 편이다. 둘째 셋째를 깨울 때는 늘 마음의 준비를 조금 해야 한다. 전날 늦게 잠들었다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신경질을 내며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랄까. 이런 것이 늘 필요하다. 아직 내게도 남아있는 피곤을 애써 짓누르고 그 자리에 사랑을 충전한다. 아 귀여운 아가.. 일어나렴 일어나. 벌써 아침이 되었단다.


어느 정도 버둥거리며 신경질을 피우던 막내도 정신을 차린다. 대견한 아이들. 그래도 피곤하다고 학교를 안 간 적은 없다. 결국은 옷을 입고 머리를 빗고 주섬주섬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챙겨서 학교를 향해 걸어간다. 둘째 셋째는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1교시 시간이 맞는 일주일의 세 번은 함께 학교에 간다. 둘째가 기분이 괜찮고 등교 시간이 늦었다는 내 채근이 없는 날이면 셋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가기도 한다. 길이 꺾여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곤 한다. 안녕 내 아가들. 하루를 또 잘 살러 가는 어리지만 강한 내 아가들. 엄마도 하루를 잘 살게. 이렇게 잘 지내다 곧 다시 만나자꾸나!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나에게는 매일 아주 아주 거창한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