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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May 14. 2024

백-2, 다산 정약용선생님의 가르침

다산문집에서 꽃잎, 모기, 파리...


정약용 선생님의 시를 만났다.  짧은 시에 경구 잠언처럼 깊은 깨달음을 준다.  






꽃 심은 사람들


꽃구경할 줄만 알지


화사한 잎 퍼짐은


모른다네


한차례 장맛비


그친 뒤에


가느다란 가지마다


연노랑 새싹 돋움은


정말로 예쁘다네




여름나라에 살고 있기에 식물의 잎에 대하여 번식력과 생명력의 에너지를 많이 알게 된다. 화사한 꽃도 풍성하고 튼실한 잎줄기의 거대한 지원이 있었기에 피어날 수 있었다. 연암 선생님의 시에서 발견하게 되는 그의 깨달음이었다.  









꽃은 종의 번식을 위해서, 잎은 광합성 작용이라는 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명의 순환, 동력이 된다. 식물들에게 꽃은 새로운 번식을 위한 마지막 노력이지만, 그 꽃을 피우기 위해서 잎은 연노랑 새싹 돋움의 수많은 노력을 보이지 않게 해내었던 것이다. 정약용 선생님은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그 과정을 보시고 시에 옮긴 것이다. 그분의 학문이 정사의 경험에서 세워진 것이고 18년 강진의 유배생활의 질곡에서 실학을 집대성하시고 500여권의 책을 집필하신 것은 바로 이러한 꽃보다 잎을 보는 실제적인 노력의 과정에 있었다.  













증문(憎蚊) - 정약용(1762~1836)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구나.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님 머리처럼 돼버리고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 년과 맞먹는다네




정약용 선생님을 너무도 인간적으로 만나는 글이다. 이 글은 모기를 증오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을 담아내었다. 호랑이와 뱀보다 모기가 더 사납고 무서움을 표현하신 그 증오의 마음을 憎蚊(모기를 증오하는 글)에 담아내셨는데, 너무도 인간적인 그분의 모습에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음을 공감하게 된다.




나는 유난히 피부가 모기를 부르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모기만큼 싫은 각다귀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약용 선생님께서 모기는 국민의 혈세, 피를 빨아먹고 사는 탐관오리(貪官汚吏)와 같다고 하신 것을 통찰하게 된다. 모기로 인하여 전염병에도 걸릴 수 있다.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모기이고 모기 같은 정치가, 관료들이다. 오늘날 현대 이 시대에도 존재한다. 돈 봉투 뿌리고 돈으로 권력을 사는 부패 정치인들이 모기 같은 사람들이다. 정약용 선생님의 모기를 증오하는 글은 단순히 모기만 탓하시는 것이 아닐 것이다. 연약한 사람들에게 피를 빨아먹는 부도덕하고 부패한 권력자들 또한 그러한 범죄자들을 상기하게 된다.












"파리야, 날아가거라. 혼이라도 돌아오지 마라. 아무것도 모르는 채 영원토록 정신이 가물가물한 그대를 축하한다.



  죽어도 화는 남아서 형제에게 미치니. 유월에 벌써 세금을 독촉하는 아전이 문을 두드리는데, 호령은 사자의 울음 같아 산천을 뒤흔든다. 가마와 솥도 빼앗아 가고 송아지와 돼지도 끌어간다. 그러고도 부족하여 관가로 끌어다가 볼기를 치는데, 그 매를 맞고 돌아오면 염병에 걸려서 풀 쓰러지듯 죽어 가지만 어느 곳에도 원망을 호소할 데가 없고, 모든 백성이 죽을 지경이어도 슬퍼할 수가 없다.



  파리야, 북쪽으로 날아가라. 천 리를 날아 궁궐에 가서 그대의 충정을 호소하고 깊은 슬픔을 아뢰어라. 귀 기울여 주지 않아도 겁내지 마라. 해와 달이 밝게 비치어 그 빛을 날리니 어진 정치를 하라고 하늘에 알려라."


- <정약용의 다산 문선>, 채휘균 (지은이) 




<다산 문집>에서 찾았다. 정약용 선생님은 왜 파리를 글감으로 글을 적었을까? 모기와 정반대의 글감이다. 혼령이 된 백성들에 대한 그분의 연민과 안타까움을 담아낸 것이다. 굶주림에 쓰러져 저세상을 간 백성들, 역병으로 저세상에 간 백성들의 육신에서 파리가 나온 것을 두고 쓴 글이다.  힘없고 갈취를 당해서 쓰러진 백성들에 대한 사랑을 파리에 옮겨서 적어내셨다. 다산 선생님의 백성에 대한 안타깝고 애끓는 애정을 한 번에 읽어낼 수 있는 글이다. 그 애정이 꼭 연꽃을 닮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연꽃은 씨앗이 떨어져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있다가 인연이 닿으면 다시 꽃을 피우는 특성이 있다. 더러운 환경에서도 깨끗하게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닮았다고 여겨졌다. 질기게 다시 살아남는 백성들의 삶이 시민 혁명을 거쳐서 오늘날 모든 민주국가의 국민들이 되었던 것 같은 역사를 연꽃에서 보게 된다.




연못 위에 떠있는 연잎 사이로 작은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아직 꽃봉오리가 열리기 전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꽃잎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본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봉우리는 점점 더 커져가고, 어느 순간 껍질이 갈라지면서 아름다운 연꽃이 나타난다.



하얀색 또는 분홍색의 꽃잎들은 마치 비단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꽃 중앙에는 노란색 수술과 초록색 암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 주변으로는 물방울이 맺혀 있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꽃은 아침 일찍 피고 저녁에는 오므라들기 때문에, 하루 중 특정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살짝 흔들리면서 향기가 퍼져나가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평화로워진다.




불교에서 연꽃을 귀하여 여기는 것이 이러한 이유들에 있다. 정약용 선생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연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 꽃을 피울 수 있는 아름다운 봄, 여름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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