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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Apr 06. 2023

고무나무 부녀 창작이야기

<스니커즈 사피엔스>의 저자가 책을 쓰기 시작한 동기유발 소재의 시작

아낌없이 베프는 고무나무숲을 지나면서 고무나무숲 부녀의 창작 이야기를 짓는다. 고무나무의 줄기에 수없이 상처를 내어 흐르게 한다. 이 고무나무 살을 짜낸 수액이 나무에 상처를 내고 찌른 주삿바늘로 작은 통에 담겨서 고무가 된다. 우리의 발을 보호하고 편안히 걷고 뛸 수 있게 하는 고무밑창을 가진 신발이 고무나무를 통해 탄생되고 있다. 고무나무에 흠집을 내어서 안에 있는 유백색의 라텍스 원액을 흘러나오게 하는 체취 장면을 보면 마음이 아리다. 말없이 생명체의 살점을 나누어주는 나무의 고마움을 절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희생하여 건져낸 고무액이 사람들의 세상에 가장 소중한 이동 수단 소재로 재탄생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무나무는 원목가구 목재로도 최상품이다. 고무나무는 죽어서도 목재가구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존재다. 고무나무는 성인의 경지에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문명을 건설한 사람들의 세상을 위해 늘 아낌없이 주는 대자연의 숲과 인간사회의 순환, 그 과정에 감동하게 된다. 


고무나무 부녀 이야기 - 슬프고도 감동적인 창작 이야기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동남아시아의 고무나무숲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10년 전 정원사가 흙삽을 급히 놓치고 장대비를 피해 들어왔습니다. 그곳에 사람보다 큰 고무나무의 밑동이 쓰러져 있었지요. 정원사가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사람들에게 타령을 늘어놓습니다. “저 어린것들이 잘 견뎌야 할 터인데.. 저들 중에 아빠가 뒹굴어져 버렸는데..” 그렇게 정원사에게 주워 담은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세상이 꺼질 폭음으로 전쟁터 같은 폭우가 폭탄처럼 터지고 있다. 한나절 멈추지 않을 무서운 기세로 어린 고무나무들을 공격하고 있다. 작은 나무가 온몸으로 비바람을 막아낸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건물을 잠그고 창문으로만 비를 얻어맞는다. 무서운 비가 쏟아지는 하늘 파란색이 사라지고 뿌옇게 변해버렸다. 고무나무들이 통째로 상처를 내고 피가 터질 것 같다.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가면서 세상에 노한 기운을 뻗친다. 무너지는 비의 무자비한 패턴이 땅바닥을 헤집고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친다. 쓰러지고 휘어질 어린 고무나무들이 견디고 땅을 부여잡고 있다. 모진 세상이 어린 나무를 할퀴고 지나가는 비바람의 소용돌이가 진동한다. 무서운 빗소리가 하늘과 땅을 적신다. 어디가 비바람의 끝인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은 햇살을 잊었다. 폭발적인 지구의 재난이 세상을 쓰러뜨릴 것 같지만, 우리보다 한참 어린 고무나무들이 더 굳세게 버티고 있다. 비옷 하나 우산도 없이 견디고 버텨내는 어린 나무들을 품은 대자연은 신의 경지를 알아버린 것이다. 사람은 폭풍우 속에 나무처럼 서있다가는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다할 것이다. 대자연은 신이다. 신처럼 위대하다. 제아무리 인간이 영장물이라 하나, 폭풍우 앞에 어린 고무나무만 못하다. 어린 고무나무는 뒹굴어진 아빠 고무나무를 보고 처연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 어린 고무나무 곁에 쓰러진 아빠 고무나무가 있었답니다. 아주 오래전 옛날에 수백 년을 자란 고무나무가 있었지요. 그 나무 곁에는 뿌리에서 떨어져 나간 한 뿌리로 새로운 새싹으로 바로 옆에 자라게 된 어린 자식 나무가 있었지요. 어린 자식 나무는 아빠 나무를 보면서 대자연에서 살아남는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는 날에도 아름드리 아빠 고무나무의 우직한 모습에서 힘을 얻고 묘목은 파르르 떠는 지친 가지를 아빠 나무의 몸통에 기대였답니다. 아빠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모습으로 어린 자식 나무를 곁에서 지켜주었지요. 비바람이 거세면 어린 자식 고무나무를 막아주었지만, 한 가지, 사람들에게서 아빠 고무나무 자기 스스로를 지켜주지 못하였답니다. 벌목공이 나무들을 베어내는 것을 늘 두렵게 떨면서 어린 자식 나무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자신의 우람한 몸통과 줄기로 잎새들로 가려주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어린 자식 나무를 가려준 것이 오히려 아빠 나무가 벌목공에게 눈에 띄어 버리게 된 셈이었습니다. 크고 우람한 아빠 고무나무는 벌목 대상 1호가 되었습니다. 아빠 고무나무는 울창한 숲에서 사람들의 세상으로 변해버리는 잔혹한 벌목에서 자식 고무나무를 살리는 소망을 빌었습니다. 


"제가 베어지고 사람들에게 이롭게 쓰이도록 해주시고, 대신에 제가 나무로써의 생애를 다한 후에 제 어린 자식 나무가 저와 함께 곁에서 살아가도록 해주세요!" 벌목공은 아빠 고무나무의 간절한 소원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카페를 만들어서 아빠 나무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되었답니다. 자식 나무는 테이블과 의자로 변한 아빠 나무 곁에서 카페를 뒤덮을 크기로 넉넉하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답니다. 그 정원사에게 그 부녀 고무나무 이야기를 들었던 젊은 사람이 흙삽을 찾으러 이미 집채만큼 커버린 나무들을 돌보러 나갑니다. 그도 어느새 머리를 허옇게 손질한 정원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가 일하는 카페의 정원에는 부녀 나무가 죽음과 생명체로 서로 부둥켜안고 있습니다. 아빠 고무나무는 죽어서 원목 테이블과 의자로, 그 위로 뻗어 난 아름드리나무가 성장하여 아름답게 정원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스니커즈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스니커즈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는 고무나무가 제 몸의 살을 갈라서 송두리째 주고 있는 고무유액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스니커즈 사피엔스>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의 바퀴도, 자동차의 타이어도, 스니커즈 신발의 밑창도 모두 고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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