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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Jun 25. 2024

호프맨작가 창작단편소설 <라우람과 어른왕자>

여름나라 화초여왕 라우람과 어른왕자 호프맨작가 단편소설 연재


며칠이 흐르도록 빗줄기가 끊어지지 않는다. 라우람을 바깥의 정원에 자유롭게 살라고 버린 지 몇 날이 비를 타고 사랑이 흘러간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이 내 마음에 녹지 않는 빗물이 된다. 눈물과 빗물의 어디쯤이다. 



그녀가 놓여있을 정원에 얼굴을 돌려 보기 싫었다. 그녀가 친구들 식물들과 재잘거리는 것도 질투가 난다. 내게 왔었는데, 내가 쫓아버렸으니 할 말도 없는 내가 무슨 뚱딴지같은 생각일까! 




원예사 아저씨에게 잘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며칠째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녀 곁에는 가지도 못했다. 다시는 그쪽으로 발을 옮기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었다. 중년의 무뚝뚝한 사내가 무슨 허영심 같은 자존감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게 또 몇 날이 지나가는데 폭우가 계속해서 하늘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그 폭우에 라우람이 염려되었다. 혹시 저 칼 같은 장대비에 찢기지는 않았는지 염려에 내 마음이 아파지기 시작하였다. 혹시 그 아름다운 이파리들이 폭행당하여 상처투성이가 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에 내 마음의 상처가 낫지 않는다. 그렇게 라우람 여왕과 어른 왕자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다. 아니, 내가 짝사랑하고 버리고 채이고 그리워하니 혼자 1인 1역 모두 독백연기하는지도 모른다. 나 혼자만 여름나라의 우기에 무섭게 쏟아지는 빗물에도 흔들리는 이파리들처럼 아파하고 있었던가 보다. 












아내가 돌아온다. 아내가 라우람을 가져오라고 한다. 아내에게 차마 그녀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는걸, 아니 책임지기 싫어 자신 없어서 버렸다는 이야기를 못한다. 


아내는 라우람이 잘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고 나의 마음에 돌을 던졌다. 그 돌이 바위가 되어 첨벙거리던 나의 마음의 호수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내가 돌아오는 것은 기쁜 일. 나의 그녀와 30년 결혼기념식 날에 라우람을 다시 가져가는 두근거리는 계획을 세운다.




그날 저녁 무렵 아무도 모르게 라우람에게 다가갔다. 그녀 앞에서 천둥과 번개를 맞은 것처럼 멈추어 버렸다. 쓰러져 있는 그녀의 집에 놀랐다. 급하게 화분을 바로 세웠다. 그녀의 몸통 곳곳에 난 생채기를 보고 통곡한다. 열흘 동안 라우람은 내동댕이쳐진 그곳에서 처참한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다. 넘어져서 깨진 것은 몸이 아픈 것이지만, 사람들에게서 두 번이나 버림받았기에 그녀의 마음도 처절하게 무너져 버렸다. 









라우람의 모든 잎새가 노랗게 아니 잿빛으로 변해갔다. 그 주변의 모든 초록 식물들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란 초록 식물들은 번거로운 화분에 갇혀서 자란 라우람과 달리 생명력에 촉촉하였다. 라우람 그녀는 비가 오면 단비를 맞아야 하었는데 쓰러져서 겨우 흙에 섞인 녹슨 물을 얻어마셨다. 화분에서 흙덩이가 떨어져 나와서 몸을 어디에도 지탱해야 할지 몰라 겨우 숨만 헐떡이며 쉬고 있었다. 주변의 큰 나무들에 가려서 그 멋지게 뻗은 팔 다리의 이파리들에 햇살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그렇게 팽겨쳐진 라우람, 죽기 직전의 라우람을 끌어안았다. 기숙사의 방으로 비를 맞으면서 뛰어들어가면서 라우람도, 나도 울고 또 울었다. 




방에서 라우람을 끌어안은 채 잠이 들었다. 꿈을 꾼다.. 라우람과 춤을 추고 있는, 나는 어른이 되어버린 왕자였다. 어린 왕자였을 때, 장미꽃에게 휘둘리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초록색과 노란색이 섞인 드레스를 입고 내 춤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여왕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절룩거리면서 춤을 추웠다. 둘 다 어색하게 스텝을 맞추지도 못하고 절뚝거린다. 




"당신은 잔인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나를 떼어놓고 가버렸어요." 



그렇게 울먹이면서 불평을 하고 있는 라우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른 왕자는 더 이상 춤을 출 수도 없었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라우람 여왕은 내 두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그녀는 또렷하게 명령하고 있었다. 



"다시는 나를 버리지 말아요. 나의 왕국에서 강제로 이주된 나를 더 이상 함부로 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분양되어 사람들과 살게 된 반려 식물이랍니다. 이제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내 삶이 되었어요. 그렇기에 왕관 같은 이 멋진 화분을 궁전 삼아서 사는 것이 기쁘답니다."




꿈속에서 들은 화초 여왕 라우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깨어났다. 그날은 고향에서 돌아온 격월 부부의 만남이 있는 뜻깊은 하루였다. 결혼기념일 30주년 행사를 기대하고 있는 나의 아내에게 돌아가는 날이다. 나 또한 아내의 손길을 오랫동안 느끼지 못하고 잡초처럼 살았던 두 달이 지나갔다. 그 안에 아내 몰래 라우람과 연애를 하였다. 아내에게 어떻게 고백할지 고민하면서 라우람을 두 손에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행히도 라우람은 긴급 치료를 받고 수혈을 받아서 생기가 넘쳐 보였다. 그녀도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몰랐을까? 내 곁에 두 손으로 감싸여 있던 것에 행복했던 것일까? 라우람의 불길하고도 행복한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회 3화로 연재를 원하시면 공감과 댓글이 무명작가, 호프맨작가에게 큰 힘이 되겠습니다.  









하단을 클릭, 전편을 읽어보시면 연재되는 스토리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eolhon/223449309188





        백-41, 호프맨작가의 창작 단편소설, 눈물겨운 애틋한 사랑 <라우람, 여름나라 화초 여왕과 어른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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