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0년 직장 생활이네요. 긴 세월인 만큼 많은 굴곡진 사연들과 일터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일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무환경과 책상이 하루 12시간 함께 하니까 소중한 자리입니다.
30년 직장 생활 중에서 가장 전망 좋은 그림을 가진 경험이 있답니다. 서울 여의도 대로변 금융가 고층건물의 마천루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근무환경은 여의도 공원과 스카이라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이 한 가지 특별한 점이었지요. 하지만 갓 30대 초반 팀원으로서 근무할 자리에 대하여 주어지는 대로 일하면서 윗사람 동료들 눈치 볼 위치에서 사실 사무환경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그 여의도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고층건물 꼭대기의 근무환경이 가끔은 생각납니다.
오래 근무한 직장은 중국 대륙에 있었습니다. 16년 한 직장에서 대리부터 이사까지 승진한 고마운 직장이었지만, 흑자가 발생해도 오너의 회사 매각 결정으로 이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그 직장의 마당을 제가 눈으로 담을 수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수출제조공장의 마당이지만 그래도 그 그림이 좋았고 16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전에 6~7년 동안은 참으로 다이내믹하게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전혀 다른 업종,
건설업계, 여행업계, 홈쇼핑 업계, 컨설팅업 등 및 제조 수출업계로 이직하면서 나름 새롭게 적응하느라고 애쓴 것이 파란만장하였습니다.
그 이직한 직장들에 짧게는 3개월부터 1년 반까지 8~9군데의 다른 직장에 근무하였으나, 모든 직장 생활이 용병 생활과도 같았습니다. 용병이라 하면 오래 있지 않을 것을 알고 특공 작전에 투입된 자유계약(FA) 선수인 셈이지요.
지금 4년째 근무하고 있는 베트남의 직장은 중년에 들어서서 나름 인연이 특별한 회사인데, 역시 쉬운 일터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길고도 사연 많은 직장 생활 당장 그만둘 만큼 준비도 안 되어 있는 현실이 냉험합니다.
50대 중반 잘못하다가는 수입 절벽, 소득 절벽에 매달리지 않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아직 현역입니다.
은퇴는 멀었지만, 마음속으로 늘 은퇴를 꿈꾸면서 살아갑니다.
아내는 은퇴하면 조그만 사무실을 갖고 그곳으로 출근하라고 합니다.
그때는 지금의 사무실이 그립겠지요?
지금 일터의 사무실에는 그림 같은 창문이 있습니다. 그 창문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림 같다는 표현이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담겨있는데, 사실 정을 담으려는 노력이 더 큽니다.
그 창문에 지난 30년의 세월 흐름 속에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 개인 역사이지만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수필처럼 펼쳐지게 됩니다.
그 개인 역사를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내 삶이 너무 아쉽게 되니까요.. 클래식 영화처럼 소중하게 보관하게 됩니다.
보통 사방이 사무실 책상에 막혀있는 것이 보통 일반 직원들의 근무환경입니다. 저도 등 뒤에서 매니저, 팀장이나 선임이 내려다보이는 근무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지요.
3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통해 얻은 대단한 반 평짜리 사무공간이 내 것인데 가장 좋은 점은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는 세상 밖의 풍경입니다. 저의 등 뒤에 아무도 없는 부서장의 자리인데요, 3층 높이에서 탁 트인 창문에서 멀리 저녁 산책길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소박한 풍경이지만 좋은 그림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그 풍경이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근사한 스카이라인 또는 대단한 그린환경의 녹색공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그림에 어린 묘목들이 자라나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보이고 멀리 하늘이 지평선까지 보일듯합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과 서류들, 제품들에 쌓여서 눈이 피로해질 때쯤 언제나 먼 하늘과 초록 식물들에 잠시 시선이 빼앗기게 되는 것이 명작 그림이 됩니다.
그 명작 그림 안에 원래 그 자리에 있던 풍경들도 또 내가 애정을 주고 마음속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는 묘목들도 모두가 명작의 소재들이 됩니다. 사무실의 업무와 동떨어진 풍경이지만, 그 풍경에 그렇게 많은 정이 들었는지 새삼 화가라도 된 느낌이 됩니다.
"직장인들 힘내자!" "힘냅시다 직장인 여러분", 그렇게 응원하는 것이 어쩌면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청년 직장인들, 구직자분들께도 한 말씀 올리게 됩니다.
저도 새직장 사이에 또 이직 준비 중 구직 노력을 많이 하였고 인크루트, 사람인, 잡코리아부터 헤드헌터 사이트까지 눈이 빠지게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보았지만, 수없이 거절된 기억들이 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시고, 인연이 되는 직장을 찾아 문을 두드려 보세요." 그렇게 응원하고 싶습니다. Keep going!!
제 경험에 대기업 근무만 원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스트레스만 됩니다. 자신을 귀하게 생각해 주고 성장할 수 있는 직장과 직업, 담당업무를 맡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러한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면 일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하러 온 사람을 업신여기고 인간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직장, 일만 시키고 관계와 소통을 무시하는 일터에서는 오래 버틸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아직도 꿈꾼답니다. 고국에 돌아가서 일터를 잡아보려고 합니다. 30년 직장생활 중 24년을 해외에서 근무하였으니, 남은 여생의 인생 후반기는 한국에서 고향에서 일해 보고도 싶습니다. 아직 고향에서 나를 불러주는 기회를 찾지 못하였으니, 베트남의 현지, 현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좋은 그림을 가지고 있는 이 자리를 얻어서 꼬박꼬박 급여생활자로 살고 있는 지금이 행복한 것이겠지요. 그렇게 생업의 현장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또 글을 씁니다.
사무실의 풍경 있는 창문을 내려다보면서 남은 현역의 세월을 계획하고 상상하게 됩니다.
어떠한 모습으로 펼쳐질지 명작 같은 그림의 풍경에 상상으로나마 나만의 색깔로 페인트를 칠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 그만두더라도 그 세월 모두 추억의 그림 액자에 담을 수 있을 만큼 눈에 담아두게 됩니다.
액자 틀은 회사에서 만들어 주었지만, 그 안의 그림은 30년 경력의 직장인의 인생관, 세계관, 철학으로 채워 넣습니다. 그렇게 먼 훗날, 이 자리의 이 풍경이 그리워질 때, 다시 꺼내볼 그림과 글을 남겨 봅니다.
저 사무실의 창문으로 연작 시리즈를 상상하고 창작하게 됩니다. 직장인으로서 본 업무에 충실하고, 남은 시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인생 이모작을 위해 그리고 쓰고 채워 넣습니다. 어차피 좋은 풍경의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