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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푸꾸옥 해변의 맨발걷기 연습 <남과여>

해변과 남과여 부부의 맨발걷기의 <감성수필>


그 해변에 부부는 맨발걷기 연습이 필요 없었어요. 그 해변에 두 번째 온 그날은 그저 이전에 했던 대로 그 해변의 모래 위를 걷는 것이 그들의 행사였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이 순간 이 시간이 얼마나 기다렸던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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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모래 위를 걸으면 뜨거운 것과 시원한 것을 고를 때가 있어요. 한낮에는 이글거리는 모래 위에서 맨발은 상처 입게 됩니다. 우리 모두 그쪽으로 걷지 않아요. 바다의 물결이 넘실거리면서 오는 모래와 만나는 그 지점을 걷게 됩니다. 그 지점에는 수륙 양생의 소라, 게 같은 생명체들도 살고 있는 신비로운 젖은 모래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기다리는 땅끝이랍니다.




중년의 부부는 그 지점에 하얀 맨발을 함께 딛고서 땅끝과 바다의 시작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합니다. 그간 열심히 살아왔으니 그 행복이 그들의 것이 되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은 조금 우쭐대어도 대자연은 받아주었답니다. 숨 막히게 살아온 세월에 이러한 여유가 다가온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자연에 두 남녀가 이렇게 맨발로 만나는 순간은 흔하지 않은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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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해변의 새벽을 이렇게 시작하였습니다. 베트남 푸꾸옥의 바다는 설레는 바람까지 부부의 발을 적셔왔습니다. 하늘과 태양, 바다가 땅끝 모래 위에서 만나는 연출은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프랑스 <남과 여> 영화의 장면들은 시적으로 표현했던 맨발걷기였습니다. 미국 <남태평양>, <블루 하와이> 뮤지컬의 유쾌한 음악들이 발가락에 들려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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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인생은 '나나 나나나....' 그렇게 샹송이 흘러나오면서 데이트하는 <남과 여>의 해변을 만나기 위해서 흘러왔습니다. 미국의 뮤지컬 영화 <남태평양> 해변에서 머리를 감는 여인을 찾아오는 노신사는 되지 못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블루 하와이>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그녀에게 피아노를 연주해 주고는 싶었습니다. 이 해변에서 무언가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벤트를 열고 싶었습니다.




맨발걷기의 끝은 언제나 아쉽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맨발걷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살아갈 날들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아갈 날들 내내 이 해변의 맨발걷기를 기억할 것이랍니다. 영화처럼 주인공이 되어 걸었던 그 모래 위의 발자국을 기억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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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래 위 찍힌


남과 여의 발자국


맨발 발가락도 닮았다.


귀여운 앞발가락 포근한 뒤축


눌려진 발의 흔적이


모래 위에 남겨진다


큰 것과 작은 것


발가락끼리 잘 어울린다


개구장이 남자 깡총 뛰었다


수줍은 여자 못이겨 손잡는다


함께 걸어온 네 발자국이


곧 지워질 것을 안다


그날 그 순간 그 해변 위에


남아있는 발자국


남과 여의 사랑이 투명하게


그들 마음 안으로 복사되어


집으로 가져가고 말았다



- 호프맨작가 창작시 <남과여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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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쪽 끝 푸꾸옥 해변 2번째로 다녀왔습니다. 같은 해변의 지난 번 발자국은 사라졌지만 다시 총총히 찍고 왔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는 해변에 하늘마저 잔뜩 구름바다였지만요. 그래도 모래 위를 걷는 두 남녀, 두 부부에게 발자국은 따사로운 햇살이고 바다소리를 담았습니다.


흐린 날씨도 그 남과 여의 발자국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살기로 약속하는 부부의 증표를 남기고 돌아갑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까만 새벽에 다시 해변에 홀로 가보니 남과 여의 발자국들이 복사되어 수 천개나 남아있었답니다. 돌아가기 싫어하는 마음이 지워지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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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아름다운#남과여#맨발걷기#베트남푸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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