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힘이 이긴다!
타이치의 음양의 힘을 휘어잡는 부드러움이 강한 격투기 선수의 힘을 제압하는 영상을 보았다.
쿵후의 무술이 약하게 보이는 부드러움 속에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을 강조한 영상이었다.
절대 고수의 비법이 전수되는 순간에서 인생의 깨달음이 있다.
이러한 천천히 부드러운 힘을 깨닫게 되는 것을 젊어서는 몰랐다.
중년이 되고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면서 깨닫게 되는 많은 것을 적어본다.
젊어서 힘을 너무 과도하게 주어서 실수하였던 수많은 경험들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피아노 연주할 때 어깨와 팔에 힘을 빼는 연습
피아노에서 포르테와 모데라토 이상의 연주를 하려면 늘 어깨와 팔뚝 팔목까지 힘이 들어가곤 하였다.
그러한 과도한 힘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손가락 끝을 뻣뻣하게 만든다. 그러한 뻣뻣함은 곧 실수로 이어지고 연주를 망치게 된다. 그런 힘을 분배하는 연습 - 힘을 줄이는 연습, 부드럽게 손끝으로 연주하는 능력을 의식적으로 수행하여야 함을 몰랐다. 손끝으로 힘을 모으는 힘이 악기 연주의 최고 장인 기술이었다.
인생을 살아내는데 발표, 스피치, 공연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 어깨와 힘을 빼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공연을 하는 연습을 단련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혼자 연습할 때부터 힘 빼고 연습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야 공연할 때 멋진 연주가 흘러나온다.
글을 쓸 때 자판기에 두들기는 힘을 손가락 끝에 집중하는 연습
글을 쓸 때도 오로지 생각의 힘, 사유와 사변의 힘, 감정의 힘이 바로 손끝에 연결되는 오묘한 자판기의 예술에 연습이 필요하였다. 그 연습이 달인의 수준에 이르면 생각하는 글감의 모든 것을 글의 자모로 문장으로 단락으로 풀어하고 확장하게 된다. 손끝에 작가의 정신이 광속으로 옮겨가는 그러한 수행이 마치 예술가의 붓 터치와도 같다. 어쩌면 명상을 손끝에 실리게 하는 가장 명징한 사유와 감정의 작품이 글쓰기이다.
그러한 글쓰기의 과정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팔근육에 힘이 실리면 장시간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 머리와 가슴은 뜨겁고 활기가 넘치는 에너지로 끓어오르지만, 손끝에서는 경쾌한 패션모델이 무대를 걷는 것과 같아야 한다.
좋은 작품을 집필하는데, 꼭 힘을 주어서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손가락 끝에는 힘을 빼고 머리와 가슴에만 에너지를 담는 것을 단련해야 한다. 그렇게 글쓰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프레젠테이션 발표할 때, 강연할 때, 긴장을 빼고 부드럽게 강약을 조절하는 연습
젊어서는 프레젠테이션을 강렬한 톤으로 열정을 쏟는 스타일이 올바른 방법인 줄 알았다. 물론 그런 강도의 강조가 필요할 순간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나지막하고 또렷하지만 부드러운 음성과 재스쳐 몸짓으로 끌어당겨야 청중들은 질리지 않게 된다. 교향곡의 연주가 언제나 포르테만 있다면 관중 청중들이 무서워서 도망가게 돼버릴 것이다. 피아노시모와 안단테로 청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연습이 프레젠테이션 강연에 큰 호소력의 기술이 된다. 그렇게 시선을 한데 모았다가 폭포처럼 쏟아내면 강연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다.
가족과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나지막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연습
친한 사람들끼리 서로 배려하지 않고 큰 소리도 윽박지를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 숨을 들이쉬고 한 템포 늦추어 이야기하면 서로에게 사랑을 보여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된다.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은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능가한다. 특히 마음을 터 넣고 서로를 신뢰하는 사람들 - 가족들, 친구들과의 대화는 그렇게 부드러운 음성이 오히려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드러운 대화가 서로를 친밀하게 엮어주고 신뢰하게 된다.
택견에서 기합조차 '이크'라고 소리 지른다. 함성도 아니고 숨소리의 증폭인 것 같다. 택견의 품밟기는 넘치지 않고 부드럽게 춤추는 것 같다. 우리 고유의 춤과 같은 3박자 리듬으로 ‘품(品)’ 자와 같이 세 지점을 밟는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품밟기는 발을 교대로 앞으로 내딛거나 뒤로 물리면서 삼각형 혹은 역삼각형을 이루며 기본적으로 발바닥을 붙이고 체중을 아래 위로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말하는데 균형잡기 힘든 중년의 삶에 필요한 동작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드러운 무술의 동작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부드러운 힘이 윽박지르고 용쓰는 강한 힘을 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택견이나 타이치의 율동과 같은 부드러움에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 부드러움이 강한 힘을 이길 수 있는 더 큰 힘이 되는 것을 알게 된다. 절대 고수는 결코 힘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의 분야에서 절대 내공을 갖고 있는 고수가 되려면 힘을 다스리는 법, 평소에 부드러우나 작은 기합 소리에도 힘을 발휘하는 법을 다스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