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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Nov 19. 2024

감성자극 편지글, <빨래시> 바치면서

호프맨작가의 창작시 


당신이 곤히 자는 소리에 


이어폰 안으로 이 편지를 적습니다 


아다지오로 글자를 음표에 옮기다,


당신이 혹시나 깨려나 염려합니다.




내일 아침 깨어날 당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음소거 하여 건반을 연주합니다


아직 공연할 자신이 없어


당신을 바라보면서 들리지 않게 연습하네요


그때가 오면 꼭 연주해 드리리다. 





눈물 물방울이 포물선이 되는 파동처럼


떨어지기만 해도 궤적이 되는 소리


사랑이 진동이 되어 


그렇게 당신의 귀전에 적실 수 소리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금 쓰는 이 편지를 적는 소리가 


언제인가 당신 이어폰 안의 음악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벽이슬이 맺혀서 무거워지면 흘러내릴 때까지 


천천히 촉촉해지는 연습을 합니다 


이 편지를 오선지에 그렸다 지우면서 


새벽하늘에 보냅니다


당신의 우체통에 수락되기를 바란답니다


(호프맨작가의 발송하지 않은 메모에서)









이런 연애편지를 적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쌓여갔던 연애편지를 그녀가 간직할 줄은 몰랐다. 세월이 흘러서 중년의 부부가 되어버린 연인들, 머리가 희끗하게 되고 당신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뿌옇게 보이더이다.


하지만, 37년 전 이 연애편지는 우리의 늙은 모습이 담기지 않고 언제까지고 젊은 연인들의 손글씨 편지처럼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아니 이제 늙어가는 우리 모습을 다시 담아낼 젊은 날처럼 연애편지를 쓰고 싶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인에게 가족에게, 아내에게 연애편지를 다시 적고 보내고 싶다. 올해도 이만큼 사랑하였고 내년에도 한 해의 세월만큼 더욱 사랑하고 싶다. 잠을 자고 있는 그대가 내 곁에서 더욱 포근하고 안락한 잠을 즐길 수 있도록 쉬게 하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연애편지> 써보세요! 


<러브레터> 간직만 하지 마시고 발송하세요! 










늙어가는  우리 부부는 


아직 젊다고 


서로 위로하지요. 


하얗게 새어가는 머리도 


정갈하게 염색하는 당신은 


아직 젊어요.


검은 머리가 하얗게 변하가도


결혼할 때 그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다오.


그 머릿결을 말리는 소리는


기분 좋은 음악이오. 


올해도 수고 많았소, 


함께 걸어온 한 해 고마웠습니다. 


늘 곁에서 위로해 주는 


용기의 말, 사랑을 깊게 하는 말, 


희망을 담고 살아갑니다.


당신이 명령하는 대로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빨래 널어서 바짝 마르는 소리,


빨랫감들이 구김 없이 개어져 나를 기다리는 모습,


당신 때문에 우리의 삶은 언제나 정갈합니다.  


행복한 휴일에 이 편지를 적어 보냅니다. 


내일 월요일 다시 머나먼 일터로 떠나면서...


 


- 11월, 가족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호프맨작가 창작 시 : 빨래가 웃는다>



빨래가 젖은 눈물 흘린다


왜 짜내지 않았느냐고 섭섭해한다


왜 아무렇게나 버렸냐고 운다


자동 탈수 과정은 구원의 길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겨우 달랜다


속 깊은 빨래가 웃는다




빨래는 화장 좋아한다


향기 나는 거품 목욕 좋아한다


색깔로 치장하는 것 싫어한다


빨래는 색조 화장을 거부한다


향기 화장만 고집한다




부활의 기적은 신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란다 


빨래는 불멸이다


빨래는 새로 태어나는 것 반복한다


우리가 숭배하지 않는 것은 


빨래의 겸손이다




빨래는 성자다 기꺼이 악취 


받아들인다


온갖 오물 뒤집어쓰고


땀방울의 흡연 마다하지 않는다




빨래는 바람 햇살과 살을 대는 사이다


바람 머금고 햇살미소 짓는다


심장 멈추었던 빨래


빨랫줄 빨래집게로 피와 살은 


순환하게 된다




빨래는 누구보다 충실하다


오로지 한 사람 주인에게로 돌아가는 운명이다


잘 포개어진 빨래 -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빨래는 다른 주인 모른다


빨래도 사람도 다시 만나면 


기뻐서 운다


아니 빨래가 웃는다 그렇게 세상 모두 부활한다 







외동딸, 세상에 한 하나뿐인 나의 분신, 


연말에 바다 건너 온다니


벌써부터 설레인다. 


천지창조는 아니더라도


너의 세계가 창조된 이 세상에 


행운을 바라게 된다.


네가 살아갈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아빠는 그런 소망으로 글을 쓴단다.  


네가 펼쳐가는 세상이 때때로 


너를 속일지라도 희망을 잃지 말거라!


아빠는 외동딸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티없이 아름답구나! 


<딸에게 전하는 편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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