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기 전날
지난 설명절 휴일 하루를 <눈 쌓인 벤치와 빗자루>라는 테마로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정말 대조적인 단어와 풍경입니다.
동네를 거닐면서 만난 나무 의자에 눈이 쌓여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가족들과 서울역 박물관에 관람하였고, 가장 인상 깊은 공예품은 빗자루였답니다.
사람들은 눈이 쌓이면 그 순간 설경에 탄복합니다. 하지만, 곧 일상의 불편함, 안전사고의 예방 등으로 눈이 쌓인 거리가 마냥 즐겁지 않습니다. 그때, 빗자루로 눈길을 치우게 됩니다.
어려서 집 앞의 길과 동네 주변을 빗자루로 치워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그렇게 하기에
따라 하였지만 그때는 눈길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지요.
이 벤치 동네 공원의 의자에 앉아서 쉼을 가졌던 기억이 쌓였지만, 늘 여름나라의 일터로
돌아가면 잊어버리곤 하였습니다. 마음의 빗자루가 현실의 길을 안전하게 걷기 위해서
눈길, 눈 쌓인 벤치를 치워버렸지요. 오늘이 지나면 D-day -1 day 바다를 건너서 일터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눈쌓인 벤치를 보는 이 순간이 마지막이기에 복잡한 그리움이 될 겁니다.
이 벤치에 쌓인 눈은 정말 특별한 설렘이 됩니다. 그 벤치에 앉을 수는 없지만,
벤치조차 일 년에 한 몇 번만 쉴 수 있게 되는 풍경입니다.
사람들을 앉히기 위해 태어난 의자이지만, 초등학교 입구에서 기다리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을 담고 세워진 의자이지만, 눈이 와야만 쉴 수 있는 운명의 존재입니다.
눈이 쌓여 작은 공원의 벤치는 사람들에게 존재감 있게 다가옵니다.
앉기를 위한 사물이 아니고, 눈 쌓인 공원의 조형물 -예술작품과 같은 동급으로 승격됩니다.
사람들은 눈 쌓인 벤치를 지나치면서 많은 상상을 하게 될 겁니다.
"저 벤치의 눈이 언제 녹을까? 참 편안케 앉게 해준 저 의자가 고마웠네."
저 의자에 앉았을 때의 그 추억도 소환할 겁니다.
저 벤치의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기억해 낼 겁니다.
오후에는 가족 나들이가 있었지요. 문화역 서울 284건물 안의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이 근사한 역사 유적지 서울역 박물관 투어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
그곳에 처음 마주친 공예품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각종 크기의 빗자루, 너무도 옛날 감성이 풍기는 싸리 빗자루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용도에 맞도록 싸리 빗자루도 모양과 크기가 달랐습니다.
손잡이도 잡는 느낌이 다르게 만들어낸 공예품이 된 싸리 빗자루, 그곳에 시선이 꽂힌 것은 왜일까요?
거리마다 눈 쌓인 날, 빗자루를 만나게 된 것이 우연이었지만,
어린 시절 눈길을 치우던 큰 빗자루가 생각났습니다.
빗자루로 칼싸움을 하던 어린 시절,
개구쟁이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빗자루도 엉덩이를 맞았던 기억,
용도가 다르게 빗자루를 여러 사이즈로 집안부터 집 밖까지 사용하던 시골집 할아버지 집도
아련한 추억을 전해줍니다.
요즘에는 빗자루보다 전기 진공청소기가 집안을 차지하고 있지요.
집 바깥 뜰이 없이 사는 현대인들의 아파트 생활에 실외 빗자루도 필요 없쟎아요.
그렇게 빗자루가 공예품이 되어버린 전시장에 멈추어 추억을 복기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서 시골집에 가면 기와집의 할아버지 댁에는 빗자루가 용도별 사이즈별 많았습니다.
그 시절, 빗자루 쓸기는 재미였던 기억이었지요.
넓은 마당을 쓸던 어린이 몸보다 키가 큰 빗자루는 무겁기도 하였던 무게감도 기억납니다.
무술 영화, 무술 만화에서 빗자루로 무공을 쌓던 소년의 장면을 떠올리던 기억,
실제로 빗자루도 무공을 단련하였던 어린 시절의 순간이 있었지요.
메리포핀스는 우산을 들고 하늘을 날았지만,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만화의 캐릭터들도 많았습니다.
그중에 마녀 빗자루는 조금 무섭기도 하였지요.
너무도 대조적인 <눈 쌓인 공원의 의자>와 <복고풍 싸리 빗자루>를 만난 하루였습니다.
삶은 이렇게 사물들이 영감을 주고 그 추억을 소환하게 됩니다.
눈 쌓인 의자를 통해서 의자의 소중함을 다시 상기하게 되고,
잊힌 계절이 되어버린 복고풍 공예품이 되어버린 싸리 빗자루의 어린 시절을 복기하게 됩니다.
두 사물의 존재들은 우리 일상에서 필수적인 존재이지요.
진공청소기의 소리가 소음이 되는 곳에서 아직도 빗자루는 좋은 청소도구입니다.
눈이 녹아내린 후에 의자는 다시 그 고마운 쉼의 용도로 돌아갑니다.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면 눈 덮인 의자는 추억 속으로 지난 계절이 되겠지요.
그때 이 추억의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설경 속 그때 그 느낌들을 불러올 겁니다.
어린 시절 빗자루에 얽힌 많은 사연들, 추억들, 상상력과 성장의 기억들을 생각해낸 것처럼요..
이제 곧 이번 주말에 다시 바다 건너 일터로 돌아갑니다. 그곳은 하얀 눈을 만날 수 없는 곳입니다.
고향에서 무척 행복하였습니다. 소중한 고향의 존재들을 안고 돌아갑니다.
설명절 휴가기간 주변의 사물들이 모두 가족들과의 추억이 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돌아가면 고향의 풍경들 사물들이 무척 그립겠습니다. 고향 동네 주변의 것들이 충분히 좋은 글감, 생각의 여백을 갖게 됩니다. 애정을 품고 바라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릴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믿게 됩니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이 D-day입니다. 눈에 밟히는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담고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