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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은 낭만적인 유람선 여행이 아니다.

유람선 바깥의 세상에서 걸어야 한다.


강변에서 달리는 유람선 같았던 길고도 달콤했던 연휴의 끝 일요일 저녁을 마무리한다. 흥겨운 음악이 유람선의 흐름에 맞춰 유람선 승객들뿐만이니라 강변 사람들도 설레게 한다. 젊어서는 유람선에 실린 승객들이 VIP처럼 보였다. 그렇게 언제인가는 몇 주간 호화 유람선에 올라타서 내가 서있는 이곳을 바라보리라, 이상한 꿈을 꾸기도 하였다. 그 유람선의 사람들은 기쁨만 충만하고 흥겨운 시간만 가득하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심지어 몇 달간의 호화 크루즈 여행을 노년기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행 계획으로 생각하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도 육지에 착륙하고서야 그 여행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호화 크루즈 유람선 안에서 즐기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까! 고향에 다녀온 첫 출근의 월요일, 마음을 다잡아본다. 유람선 탑승 기분은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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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공원에서 일요일마다 거닐게 된다. 그곳을 거닐다 보면 스스로 관광객, 여행객이 돼버린다. 일요일 한때는 그럴 수 있다. 월요일 새벽에도 헤어나지 못하고 낭만적인 유람선 풍경에 빠져버리는 것이 문제다. 감상만을 갖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가지는지 꿈을 깨고 싶다.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월요일 일상은 전쟁터로 가는 것이다. 현실에 부딪히는 것이다. 입술을 깨물고 두 손을 불끈 쥐게 된다. 그것이 월초 월요일을 대하는 보통 사람들의 자세다. 전투 같은 일상에 감상을 쏠려버리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다. 2025년 첫 달 한 달도 흘러가버렸다. 이제 정말 감상에 빠져버릴 새해의 흥분된 감정도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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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현실적이지 못하던 유람선의 환상은 타이타닉호의 대비극으로 깨어졌다. 결혼 전 아내와 함께 감상하였던, 타이타닉호의 핑크빛 신분을 넘어선 사랑은 현실적으로 대참사로 불행하게도 곤두박질치고 깨뜨려졌다. 그 뒤로 큰 바다를 항해하는 유람선의 꿈도 사라지게 되었다. 러브 어페어의 영화에서 두 남녀가 만나게 되는 유람선도 사실은 불륜과 비극의 시작이었다. 유람선은 영화 속의 낭만적인 장면으로 족하게 되어버렸다. 현실에서도 역설적으로 유람선은 생존하여야 하는 일터의 일상과 거리가 멀다.




물론 유람선을 타고 달리면 그 순간은 펄럭이는 강바람, 바닷바람처럼 즐거울 거다. 실제로 유람선을 타본 적도 있었다. 섬에 가기 위하여 바닷길을 건너기 위해서 유람선을 타보았는데, 뱃멀미만 가득하였던 기억이 있다. 아주 오래전 상하이 황푸강에서도, 호찌민의 사이공강을 유람하는 유람선을 타본 적이 있다. 그때는 즐거웠던 기억이 있었지만 지나가면 그리 크게 남지 않았다. 아마도 유람선을 내가 운전하지 않고 관광객에 휩쓸려 수동적으로 올라탔던 것 같다.




중년이 되어서 유람선에 타보려고 작정한 적은 없다. 이미 이 강변을 수 백번 걸었기에 유람선이 필요 없었다. 오히려 유람선을 바라보는 여기 이 자리가 좋았다.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이 더 좋은 위치에 있을까?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서 연기하는 사람이 더 좋을까? 그런 이분법적인 문제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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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유람선 안에 있지 않다. 인생은 유람선 바깥에 있다. 유람선 바깥에서 바라보는 강변이 진짜 세상이다. 인생은 유람선에서만 바라보는 환상으로만 살 수 없다. 오히려 강변에서 유람선을 바라보는 현실이 진짜 풍경이다.




유람선을 타고 빠르게 도시를 가르면서 여행하면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강물에 유람선을 맡기고 그 위에서 강변을 바라보면서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여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 도시를 알려고 하면 걸어야 한다. 육지의 차량에서 바라보는 여행지도 그곳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내기 어렵다. 걸어서 그곳을 제대로 느껴야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 흙의 지형, 높고 낮음부터 공기의 달콤함까지 걸어가면서 그 땅의 정취를 모조리 느낄 수 있다.




우리네 인생길도 그러하다. 유람선에서 여행하는 것은 편하지만 인생을 만끽하는 것과는 대차가 많이 난다. 걷고, 달리면서 부딪혀 보아야 그 길을 제대로 공감하게 된다. 발품을 팔아서 가로수길을 걸어보고 바람 속의 먼지를 느낄 때 우리의 인생길이 제대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 바다를 사랑하고 해변에서 그 행복감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모래언덕을 맨발로 걸어야 제대로 해변을 만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다에 몸을 담가 보아야 얼마나 짜고 몸의 부력을 느낄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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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초는 끝났다. 설 연휴도 지났다. 2월부터는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2025년이 기다린다. 유람선 여행객 같던 생각도 부질없다. 오히려 걷고 달리면서 온몸으로 부딪히고 살리라. 그렇게 살갑게 부딪히면 현실의 2025년도 구체적으로 응답을 주리라. 관망하는 자세도 버리겠다. 오로지 실천 결행만이 답이다. 환상을 품던 유람선의 승객 같던 생각들도 지워버리고 단단하게 걸어가리라. 희망은 바람개비처럼 통제할 수 없는 바람 따라 불어오는 것이 아니다. 희망도 결국 내가 힘들게 쌓아놓은 모닥불처럼 지펴올라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이리다.



봄을 기다리고 이야기하는 2월은 해로운 희망의 계절이다. 입춘인데도 고국의 꽃샘추위도 이번주가 절정이라고 들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봄과 희망은 성큼성큼 우리의 일터에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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