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디 앉고 싶으세요 세상의 모든 의자들, 의자사피엔스

소중한 의자들! 당신의 최애 의자는?


사람은 직립이족보행으로 세상을 점령하였다. 두발로 서서 이동할 수 있었기에 지구촌 모든 대륙에서 이주하여 정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앉아서 차분하게 생각하고 일할 수 있었기에 정신문명을 꽃피우게 되었다. 지구상의 어떠한 동물도 사람처럼 오랫동안 앉아서 생각하고 먹고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없다. 소중한 의자들이 감사하다.




반지의 제왕, 호빗족이 앉을 만한 작은 의자


베트남 곳곳의 길거리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작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카페를 즐기는 사람들,


그들에게 작은 의자는 행복이다. 앉아서 카페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좋은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면 족하다. 천으로 된 의자, 플라스틱으로 된 의자는 꼭 앉을만한 공간 이상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젊은이들에게 이 의자의 의미는 크다.


모두에게 평등한 카페를 즐길 수 있는 길거리를 점령한 이 의자는 가난한 자들에게 주는 풍요다.



<3년여 전 하단 블로그에 베트남 카페의 작은 의자들에 대한 현지 사진들을 올린 적이 있답니다.>


https://blog.naver.com/seolhon/222667386654





?src=%22https%3A%2F%2Fblogthumb.pstatic.net%2FMjAyMjAzMDZfMTIg%2FMDAxNjQ2NTYwMjMxMzQz.2mmgkF_3j34BlR1dmkoQP1zFsrENm3qcgt9IQR5oFCsg.p6aZUgu1oYv3lrBwcPkNgYZlJudn8ngW6FRWdOzJHFog.JPEG.seolhon%2F20220305%25A3%25DF190025.jpg%3Ftype%3Dw2%22&type=ff250_444

베트남 특별한 문화, 길거리 카페 호빗족 귀여운 키 작은 테이블 의자

2020년 젊은이 기준 베트남 사람의 평균 키가 남자 169센티미터, 여자가 156센티미터입니다. 베트남의 중년...

blog.naver.com




teddy-bear-1678243_640.jpg?type=w966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낡아버린 의자


공원의 의자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세월을 담은 이 낡은 의자는 어쩌면 아버지 세대부터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을 것이다. 세대를 넘어서서 아버지 세대로부터 아들, 딸 세대에까지 낡은 의자는 쉼터가 되어왔다. 낡은 의자는 사람을 껴안는 포근함도, 여유로운 감상도 담아서 간직하고 있다.


고향에 돌아온 사람에게도 숲속의 공원을 찾아온 사람에게도 휴식의 옹달샘 같은 존재다.


낡은 의자에 앉지 않아도 좋다. 보기만 하여도 치유가 된다.


그 의자에 앉았던 모든 사람들의 생의 일부를 간직하였으리다.


그 낡은 의자는 오래된 세월을 간직한 중고책과도 같다.


그 책을 나누어 읽었을 사람들처럼 낡은 의자도 세월이 흘러간 오래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낡은 의자에 기대고 싶지만, 혹여나 무너질까 하여 지나간다.


정말 쉼이 필요한 사람에게 너의 마지막 소망을 펼쳐보거라.







chair-5132831_640.jpg?type=w966





황금색 찬란한 장식의 럭셔리 의자


궁전에서나 있을 법한 황금빛 럭셔리 의자는 그저 쇼윈도에 어울릴 거다.


베르사유 궁전이나 예카테리나 궁전에 있을 저 화려한 장식의 의자는 보통 사람들에게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한 번쯤 앉아보고 싶었다. 동화 속의 왕궁에 방문하는 느낌으로 앉아보면 어떨까.


거기까지다. 신데렐라의 황금마차의 의자처럼 자정이 되기 전에 돌아와야 하는 욕망은 거기까지다.


길가의 행인들에게 흘낏 인사를 하는 쇼의 도우 상점에나 어울리는 저런 의자는 현실적이지 않다.


아! 5성급 특급 호텔 로비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그러면 그때만 잠시 앉아보련다.






SE-9da3e6db-b319-4f83-b184-589998d95b09.jpg?type=w966






내게 너무 좋은 의자는 우리 집 소파 옆의 펑퍼짐한 의자다.


우리 집 거실의 의자는 집주인이 마련해 준 가구 중에 하나다.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벨벳 의자가 있다. 색깔로 연한 초록색으로 귀족스럽다.


크지 않고 작지도 않아 딱 안성맞춤이다. 내게는 너무 어울리는 편안한 쉼터다.


꼭 주말 저녁, 일요일 잠시 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나의 작은 왕국의 주인이 된다.


그 소파에 나의 몸을 기대고 쉴 생각에 행복하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황금 소파 부럽지 않다.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우리 집 소파를 사랑한다.






chair-6657318_640.jpg?type=w966




사무실 일터의 의자는 가장 많이 접촉되는 존재다.


삶의 대부분 시간을 이 의자와 함께 살아간다.


하루 일터 12시간 중 현장 관리 시간을 제외하면 9시간은 앉아있는다.


거의 40%의 하루 시간을 이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너무 무심하였다. 내게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그저 앉아서 일터의 도구처럼 상대하였다.


의자 위에 방석도 깔고 향수도 뿌려야 하겠다. 나를 온몸으로 받아주는 의자에게 애정을 보여야 하겠다.




앞으로 5년 아니면 그 이후 꿈이 하나 있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꿈은 있다.


언제인가 나의 서재에 나만의 의자를 갖고 싶다.


노년에도 작가로서 꿈이 이어갈 수 있도록 글을 쓸 수 있는 넓은 책상과 편안한 의자다.


은퇴하면 가질 수 있을까? 언제쯤 은퇴할 수 있을까?


그 공간은 오로지 나만의 공간이어야 하고, 자연이 보이는 창문이었으면 싶다.


그곳에 앉아서 글을 쓰면서 자연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공부하기 위한 의자, 해변의 눕는 의자, 흔들의자, 소파 같은 의자, 권위 있는 의자, 일터의 의자, 휴식 같은 의자, 다정한 사랑이 몽골 몽골 피어나는 낭만의 연인들 의자, 이 세상의 모든 의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하루종일 거의 12시간 나는 의자에 앉아서 일하고 쉬며 밥을 먹고, 또 사유하고 공부하며 읽고 쓰고 성장한다. 인류는 이족직립인간 호모 사피엔스이지만, 동시에 의자에 앉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 좌정 (坐定)사피엔스이다.





rocking-chair-2683875_640.jpg?type=w9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나라의 새벽을 깨우는 분들 감사합니다!새벽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