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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의 딜레마, 고슴도치의 거리 두기

적정한 거리두리의 인간관계


고슴도치는 날카로운 칼 같은 가시들이 돋아난 특이한 동물이다. 고슴도치의 우화가 있다. 이들은 추운 겨울에 동면이 듭니다. 변온동물인 고슴도치는 겨울철 영하의 얼어붙은 몸을 견딜 수 없다가 얼어 죽게 되기에 다른 동물들처럼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살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동굴이나 나무 구멍 안에서 겨울잠을 10월부터 4월까지 오래 동면에 드는 것이 그들을 살리는 삶의 반을 자면서 살게 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등장한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기댔는데, 너무 가까이 대면 가시 때문에 상처를 입고, 떨어지면 추워지므로 서로 시행착오 끝에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한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내용 : 이렇게 가까이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고금 도치의 딜레마>라고 한다. 원래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우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우화에서는 둘 다 얼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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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사회, 이 조직에서도 사람들의 생활도 그러하다. 서로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언제나 서로를 끌어안거나 밀착되게 생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 반경은 줄어들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는 사회생활, 조직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준다. 회사의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끼리 너무 가까이하면 서로의 공감을 침범할 수도 있다. 어떠한 사회적인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적당한 거리를 가지고 유지해야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게 된다. 가깝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빼내어 준다면 결국 자신도 그 사람에게도 좋은 관계로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자신의 공간을 희생하면 자신이 살아갈 기본적인 생존권을 잃게 된다.




나는 경어를 좋아한다.


나이를 떠나서 선배건 후배건 나는 경어를 쓴다. 특히 조직에서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경어로 이야기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존중의 거리를 갖게 한다. 너무 가깝게 지낸다고 반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서로를 존중할까? 과연 반말하는 사이라고 과연 서로를 인정하고 오랫동안 친밀하게 유지하는 것일까?



또래끼리 너무 경어만 쓰면 불편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겠다.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또래일수록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의 거리감을 경어로서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갈등과 긴장이 서로를 갈라놓을 순간에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지켜낼 수 있다. 반말하는 사람들끼리 욕까지 서슴지 않고 다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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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에게도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부하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경어를 쓰기를 제안한다. 더불어 나지막하게 지시를 하면 좋다. 이렇게 윗사람의 권위로 세우고 동시에 그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 된다. 아무리 업무를 잘 못하고 실수가 많아서 그들에게 함부로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오래도록 좋은 상하관계도, 좋은 팀 분위기에 유지될 수도 없다. 서로에게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과 거리를 존중하면서 상사로서 위엄있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업무 지시 및 확인을 하면 큰소리치는 상사에게 반발심을 갖는 것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역시 상하관계의 조직에서도 서로에게 공간과 거리가 유지되어야 하는 법이 통한다.




가족 간에도 서로의 공간이 필요하다.


딸, 아들이 부모에게 함부로 말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마찬가지로 엄마, 아빠라도 아들, 딸에게 무턱대고 명령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부모가 되어 자식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가족 간 서로를 존중하면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독립적인 성인의 인격체로 자식들이 성장하는 것을 부모로서 거리를 두고 지켜보아 주는 것이다. 오히려 거리를 두고 따뜻한 용기의 말로 격려해 주는 것이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오게 되는 법이다. 부모 슬하에서만 살게 하는 자식들은 혼자서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늘 부모에게 기대도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다른 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결혼 전이라도 좋은 인생 훈련의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헤어져있다가 만나면 그 가족은 더욱 친밀하게 되고 서로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걷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되고 마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도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아내와 남편 사이에 서로의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존중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정다운 부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부부 각자의 건전한 취미와 활동을 인정하여 주고, 만나면 그 경험을 공유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건강한 부부 관계를 중년 노년에 유지하는 방법이 된다. 각방에서 숙면을 취하는 것도 나이 든 부부에게는 (때때로)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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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동면도 필요하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의 딜레마에서 빠진 것이 있다. 고슴도치는 동면을 하면 된다. 추운 겨울에 너무 붙어서 체온을 나누려고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도 한동안 동면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타인들과 떨어져서 휴식을 취하고 몸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 주말에는 알람시계를 작동하지 않고 누구의 방해도 없이, 10시간 숙면을 취하는 시간도 필요할 때가 있다.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세상의 이치다. 사회적인 생명체인 사람들도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부활의 시간을 준비할 때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24시간 365일 늘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면서 살다 보면 오히려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법니다.



적당한 거리 두기가 반드시 잘못된 것이 아니라도 믿는다. 서로의 공간이 확보되어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면 더욱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게 된다. 격월 부부, 주말부부로 오래 살아온 나의 체험, 온라인 친구들이 많이 생긴 경험담으로서 시공간의 거리를 두고 만나는 기쁨의 행복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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