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경주 트랙의 기술들.. 호프맨작가의 감성인문학 블로그 브런치
직진만 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내 젊은 시절 조금의 샛길도 없이 불도저처럼 직진을 하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도 그만두기 일쑤였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였다.
모두가 말렸지만 중국 대륙으로 일터를 찾아서 떠난다는 명분도 만들었다.
국내 시장은 내게 너무 좁다고 자만을 떨었다. 대기업도 포기하고 그저 직진하였다.
그로부터 만 25년 해외 일터에서 국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직진의 결과였다. 내 인생 31년의 직장 생활 중 그래도 한 업종에서 25년 일하고 있다.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숨 가쁠 때 멈춤을 갖고 직진으로 달려온 길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멈추면 보이기 때문이다.
힘들고 숨에 차서 살다가 멈춤을 갖게 될 때가 있다. 그래야 비로소 보이는 주변이 나를 새롭게 깨운다.
자맥질을 하다가 균형을 찾고 바깥에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면 살아있음이 또렷하게 들린다.
물속에서는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흐릿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는 멈추면 가라앉는다. 수면 위로 올라와서 멈추어야 가라앉지 않고 뚜렷하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유턴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방향이라면 빨리 돌아가야 한다. 직진 신호등을 받아서 달리다 보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잘못 간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때, 유턴 신호를 찾아서 돌아오면 그래도 다행이다. 유턴이 되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기에 반가운 도로 시스템이다. 운전자에게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부활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만일 유턴이 없는 고속도로에서는 정말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고속도로에서는 30분 한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렇게 인생의 방향은 잘 선택되어야 하고, 혹시라도 잘못된 길이라면 유턴의 옵션이 되는 곳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처음 가는 길이라면 더욱 그렇다. 무작정 직진이 능사가 아니다.
돌아가기는 직진하지 않고 목표지점의 주위를 멀리 둘러서 돌아가는 방법이다.
가끔씩 돌아가기가 직진보다 유리할 때가 있다. 목표지점 주변의 지형지물의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진을 하면 노출되기도 쉽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반드시 승패에 승산이 있다고 보증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면, 주변을 탐색하는 돌아가기에서 많은 것을 안전장치로 마련할 수도 있다.
낯선 지역의 관광지 여행과 산티아고 순례길, 아니 제주도 올레길도 그렇다. 정해진 길은 올레길이 아니다. 올레길은 둘레길이고 그 길에서 많은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진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을 돌아가기의 하나로 볼 수 있겠다. 목표지점을 향해 고속도로로 직행하면 숨겨진 보물들을 놓칠 수 있다.
중년이 된 지금은 천천히 꾸준히 가기가 좋다. 거북이처럼 무뚝뚝하게 우직하게 가련다.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직진하거나 가다가 멈추고 게으름 피울 상황이 아니다.
중년 이후에는 거북이처럼 소처럼 우직스럽게 좋은 습관을 반복하는 것이 답이다.
천천히 꾸준히 가는 사람이 오히려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단거리 선수보다 장거리 선수가 되고 싶다.
오늘 게임에 모든 승부를 던지는 것보다, 오늘 지더라도 내일 다음달 하반기 내년 내후년을 보고 뛰겠다.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면 주변의 풍경도 사유할 시간도 돌아볼 수 없게 된다.
삶의 경주 트랙에서 직진, 후퇴, 유턴, 멈추기, 단거리, 장거리 뛰기 등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들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그 시기에 적합한 것인지 발견하는 것이다. 또 어떠한 기술로 걸어야 할지 또는 뛰어야 할지 선택하는 안목도 필요하다. 젊어서 단거리 뛰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면, 중년에는 주변을 살펴보면서 긴 호흡으로 장거리 달리기로 오래도록 현역에서 경주를 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