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일요일 하루의 행복감
옛날 옛날에 세상의 어떤 부부들을 늘 헤어져 살았습니다.
남편은 며칠씩 사냥터에 가거나 전쟁터에 끌려갔습니다. 그들 부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어떤 부부는 주말부부, 월간 부부의 형태로 이별하고 다시 만나기를 거듭합니다.
매일 만나는 부부, 매일 함께 있는 부부에 서로 지칠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부부가 헤어졌다 만나면 서로 그리워하게 됩니다. 주말부부, 월간 부부 경험자의 실화랍니다.
주말부부 그들 중에서 하루를 편집하여 보았습니다.
- 일요일 단 하루의 행복감 -
태양이 잠을 깨우면 호수에 빛이 물결친다. 물결은 물감이 되어 펄럭인다.
두 남녀는 오래된 연인이라고 우기는 남편과 아내, 그들은 새벽을 좋아했다.
그들에게 온전히 주어진 시간이 일요일 하루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를 며칠로 늘려서 길게 보내는 방법은 새벽부터 해돋이를 맞이하러 공원에 나가는 결심으로 시작된다. 함께 있는 시간이 적은 부부에게 그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주말부부 그들에게 일요일은 축복이었다. 한 달에 4차례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일요일뿐이었다. 그 일요일을 만들어준 신에게 고마웠다.
그들이 밖으로 나선 시간에 봄바람은 부드러웠다. 마치 보드라운 머플러의 감촉이 얼굴의 피부 속으로 화장지처럼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그 남녀의 귓전에 이어폰을 나누어 꼽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선곡들이 흘러 들어오는 음악들은 상냥하고 친절하였다. 그 음악들이 꿈틀거리듯 행복을 알려주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 순간 두 부부는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행복은 가냘픈 시간에 매달려 있음을 인지하였다. 한 시간이 흐르는 공기보다 가볍게 흘러갔다.
남편과 아내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을 구비 치면서 물에 담갔다.
수영을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늘 아내 앞에서 멋지게 포즈를 잡으려고 했다. 적어도 젊었을 때는 그런 강제적인 포즈가 몸의 근육을 지시하였다. 하지만, 중년이 된 남편의 몸은 그렇게 호락하지 않았다. 까르르 웃는 아내 앞에서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솔직하게 밝혀도 좋았다. 운동 체질이 아닌 점과 날렵한 몸동작을 보여줄 체력도 아니었다. 대신에 중년이란 이름의 남편은 세월의 의무를 멋지게 간직하면서 그의 얼굴에 무게감 있게 실려있었다. 남자는 이렇게 중력보다 중량감 있게 늙어가는 정직한 가장의 삶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아내는 살뜰하게 살림의 대가가 되었다. 어려웠던 시절 쓰레기봉투도 재활용하면서 쥐어짜서 생활하던 아내였다. 그녀의 지혜로운 가정 살림의 완벽한 장악은 남편의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였다. 그녀는 한치에 어김없이 집안의 화목을 이끌어온 슬기로운 가정주부였다. 중년의 그녀가 준비해온 널찍한 모자의 챙으로 가린 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소녀 같은 웃음을 안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의 둔해진 몸동작을 살포시 걱정하지만 그녀의 세월도 이미 절정기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 대신 중년의 여자들이 풍기는 원숙하고 지성적인 아름다움이 그녀의 온몸과 정신을 휘감고 있었다. 남편을 그녀를 아내로 동반자로서 늙어가는 것이 행복하였다. 그들은 영혼의 반려자가 되어가고 있다.
너무 많이 먹었다. 두 부부는 일요일에 치르는 허기진 데이트처럼 점심을 지나치게 즐겼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먹을 때 그 순간의 행복감이 음식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욕망은 끊어내기 힘든 것이 사람이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칼로리를 거두어 내는 것이었다. 뱃살부터 내장까지 꽉 채워져 있는 지방 덩이가 숨을 못 쉬게 하였다. 중년의 두 부부는 평소에 하지 않았던 칼로리 강제 소모를 실천하게 된다. 자동 컨베이어 벨트가 디지털로 작동되는 러닝머신에 수년 만에 함께 오른다. 머리에서 흐르는 땀이 등을 타고 옷을 적셨다. 한참 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때까지 뛰었다. 그 시간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시간이 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소멸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저녁 햇살이 꺼지면서 아쉬운 밤이 찾아왔다. 일요일을 이렇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 두 부부는 동네 한 바퀴 거리를 산책하면서 둘만의 벤치를 찾았다. 그곳이 처음으로 체험한 마사지용 자쿠지의 용광로 같은 미니 풀장이었다. 이전에 궁금하던 그 장소는 사실 연인들이 몰래 찾아오는 장소였던 것 같다. 젊은 남녀 연인들이 그곳에서 헤어질 것처럼 사랑싸움을 줄달이기 하고 있었다. 중년의 주말부부는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그 행복하였기에 달콤한 일요일이 너무도 짧게 찰나의 아쉬움으로 저물어갔다.
"사랑만 하여도 시간이 부족한데, 부부가 왜 싸울까요?"
한때, 남편과 아내는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남편은 몽상가처럼 고국으로 돌아가서 수입이 적은 - 거의 없는 작가 생활을 하려고 아내를 설득하였던 것이다. 그때, 현실적인 아내는 꿈과 현실을 구별 못하는 철부지 남편 때문에 많이 속상해하였다. 남편은 부부의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한 사랑 품위 관리 비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들의 갈등이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오히려 단단해졌다. 11개월 동안 세상이 마비되고 하늘길이 끊긴 극한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함께 있을 수 있는 주말의 시간이라도 너무도 소중하였다. 그들은 싸우지 않고 사랑만 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러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름나라에서 완벽하게 부부 싸움의 불씨를 치유하고 극복하였다.
아니 벌써 월요일 새벽이 되었다. 남편은 아내를 두고 멀리 일하러 떠나간다.
아내와 헤어지기 싫은 마음을 가장의 신성한 의무로 이겨낸다.
아직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내를 사랑하는 그 남편을 향한다. 아내는 귀여운 연기를 한다.
"아 이제 해방이네.. 만세 만만세!"
혼자 남겨지는 아내에게 미안하였지만, 남편은 머나먼 일터로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주말 밤에 다시 만날 때까지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주말부부에게 사랑은 떨어져 있을 때 더 타오르는 법칙을 터득하게 되었다.
부부라는 것이 꼭 매일 만나서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는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말부부는 연인처럼 로맨스 탄생을 거듭한다.
새로운 형태의 부부는 아니지만, 살다 보니 좋은 점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한정된 시간은 서로를 더 아끼고 더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재할까요? 좋은 공감과 댓글을 주시면 연재하는데 큰 힘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쓴 것은 토요일 새벽 비몽사몽 사이 후다닥 일어나니 아니 벌써 월요일! 악몽 같은 꿈이었습니다.
주말부부는 토요일 저녁만 기다리게 됩니다.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입니다.
월요일은 전쟁터로, 토요일은 그리운 집으로 주말부부들의 극명한 갈림길입니다.
#책과강연백일백장 #주말부부 #소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