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철학
계 4대 성인 중에 한 분이신 소크라테스(기원전 469~399)에 대하여 잘 아실 겁니다.
그분의 생애는 젊어서는 3차례나 전투에 참가한 베테랑 전사였는데, 극적으로 철학가의 삶으로 전환된 삶이었습니다. 그 큰 전환점에는 델포이 신전에서 당대 '아테네에서 누가 가장 지혜로운 자인가?'라는 질문에 '소크라테스라'는 답변을 받은 것에서 출발됩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델포이 신전에 새겨져 있던 경구로서,
소크라테스가 이를 인용하여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그는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가 소크라테스라는 델포이 신전의 전언을 듣고 이를 확인하고자 묻고 다녔습니다. 많은 성공한 자들, 현자들에게 묻고 나서 깨달은 것은 소크라테스가 그 자신이 "진리를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무지의 지(知)가 그를 위대한 철학가로 죽을 수 있게 하였던 겁니다.
소크라테스는 당시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피스트들과 논쟁을 벌이며, 지식과 도덕적 가치,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진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무지를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으며, 이를 위해 스스로를 탐구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그의 삶 전체와 그의 죽음 직전, 제자들과의 대화들에서 깊이 있게 전달되었습니다.
플라톤이 지은 <파이돈>에 나오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입니다.
"쾌감과 고통은 한 머리에 두 몸과 같아. 쾌감의 끝에서 고통을 만나고..."
족쇄에서 풀려난 발을 문지르면서 고통에서 해방된 쾌감을 이야기하여 씁니다.
그는 쾌감과 고통이 이어져 있고, 죽음이 삶에 이어져 있음을 설법합니다.
고귀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소크라테스는 죽기 전에 시를 짓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맞이하였습니다.
이 점이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철학자였고 성인에 들게 된 가르침을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그의 신념에 따라서 피하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독배를 마셨고, 이를 절대 피하지 않고 의연하게 그의 마지막을 받아들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몸을 지니고 있어 ... 몸의 요구를 의해서 몸의 욕망으로 몸을 섬기는 탓에 진실을 꿰뚫어 보는 것이 불가능하게 합니다.
"참다운 지혜는 죽은 후에나 얻을 수 있소. 살아서도 몸으로부터 이를 순수하게 지키고 순수하게 본다면 진리에 다가설 수 있소."
소크라테스는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죽음마저 삼킬 정도로 강한 신념의 철학을 가지고 설법하였습니다. 그의 친구 크리톤에게 또 독배를 가져다준 간수에게도 그는 죽는 순간까지 의연하게 그의 철학을 보여주었습니다.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교훈들은 감동의 연속입니다.
그는 이승에서 쾌락보다 절제, 정의, 용기, 자유와 같은 진리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이승에서 그러한 진리를 깨닫고 노력하는 담대한 영혼을 가진 자는 저승에서 행복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그의 믿음 덕분에 그토록 의연하게 죽을 수 있었던 겁니다. <죽음을 넘어서는 지혜>를 가르쳐 준 소크라테스의 삶, 설법과 죽음의 모습은 2500년을 넘어서도 깊은 울림과 감동이 됩니다.
"우리는 이승에 사는 동안에 몸의 온갖 쾌락과 장식물들은 결국 자신에게 유익을 주기보다는 해를 끼칠 것으로 생각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 배척해야 하네. 그리고 배우는 것에 전념하여, 자기 영혼을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그런 장식물이 아니라 절제와 정의와 용기와 자유와 진리 같은, 자신에게 맞는 것들로 치장해야 하네. 그런 사람은 저승으로의 여정을 기다리면서 자기 영혼에 담대함을 가질 수 있을 걸세. 우리가 그런 담대함을 가져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네.”
-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 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누구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예외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유한한 삶의 인간입니다. 그 두려움의 이유는 역설적으로 무지에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 이후의 세상을 모릅니다. 종교에서 제시하는 천국, 극락의 세상이 비종교인에게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반드시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가적인 수양과 단련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신념과 이상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인문학으로부터 - 특히 강한 신념을 가진 철학가들로부터 우리는 죽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 희망을 살아가면서 커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았던 사람들, 소크라테스의 조언처럼 '절제와 정의와 용기와 자유와 진리'를 위해서 노력한 사람들, 남들에게 연민과 공감으로 좋은 영향력을 준 사람들은 죽음이 덜 두려울 겁니다. 소크라테스 같은 철인만큼 강건하지 않더라도 그분의 절반의 절반 또 그 절반이라도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또 세상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죽음이 오기 전에 열심히 좋은 삶을 살아야만 하는 이유들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