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작가의 글쓰기 공부 이야기
첫 직장이 레미콘을 공급하는 건설업계였습니다. 업계 1,2위를 달리는 중견기업 이상인지라 복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건설업계를 알아가는데 큰 배움터가 되었습니다. 기업체에 세일즈를 하는 대표 영업직으로서 또 영업관리직의 사원으로서 3년간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신혼 시절이었으니 일하고 가정에 돌아오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3년쯤 되니까 그제야 지쳐버렸습니다. 첫 직업에서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비 오는 날 빼고는 출근해야 하는 건설업계, 새벽부터 일해야 하는 건설업계의 현장 일터에 지쳐버렸습니다. 먼지를 뒤집어써야 하는 흙바닥에 콘크리트 타설의 꾸리꾸리한 냄새가 싫어졌습니다. 아니, 흙먼지 날리는 그쪽 업계에서 갇혀있는 인생이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첫 직장을 탈출하려고 서울의 직장에 지원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건설업계에서 배운 것도 많았음을 중년이 되어 이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시화 간척 단지에서 대규모 간척 사업을 위한 토목공사 현장을 달릴 때, 웅장한 석양이 꺼질 때까지 현장을 마무리할 때, 레미콘 타설이 완료되는 책임을 완수했을 때, 그때의 거대한 규모의 현장은 삶이 건설되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레미콘 파동에서 불구하고 조그만 전원주택의 골조공사가 완료되는 것을 확인하러 달려갔습니다. 가정집의 담장을 마무리할 때, 노인 부부가 현장 밖으로 뛰어나와서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시는 모습에 감동하였습니다. 그분들의 꿈 - 새로운 집을 만들어드리는데 조그마한 힘이 되어 드리는 것이 뿌듯함과 동시에 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건설업계에 근무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로부터 26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다른 업계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무엇보다도 인생의 소명의식을 갖고 평생직업을 찾았습니다.
인문학 작가로서 꿈을 꾸면서 공부하는 작가로서 사는 겁니다.
첫 직장이 중요한 것은 사회생활의 처음을 열었고 그 안에서 수 십 년 사회생활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직업이 중요한 것은 죽음으로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소명을 깨닫고 실천하면서 살아야 함을 스스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무명작가로서 스스로 소명의식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배우는 것과 글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얼굴 없고 이름 없는 작가인 것이 참으로 좋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완성하는데 그들의 창작품에 그들 각자의 이름을 걸지 않습니다. 건물의 이름은 그저 수많은 사람들이 만든 브랜드이지 사람의 이름이 아닙니다.
작가의 일은 건설 현장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물이 완공되기 위해서 블루 프린트 도면이 필요합니다. 작가에게 공부하는 삶은 도면 설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부를 게을리하면 그 설계의 측정도 드로잉의 균형도 잡히지 않고 경사지게 됩니다. 글쓰기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모든 소재, 자재들을 공부하고 구하는 것도 작가의 책임입니다. 또 이성과 감성에 너무 치우지지 않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반듯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건축물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한 건축물이 완공될 때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부터 일해야 합니다. 건축현장의 노동자들이 새벽부터 출근하여 일을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담벼락의 벽돌 한 장 한 장부터, 못질 하나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철근과 콘크리트 타설이 단단하게 굳어있는지 확인해야 하듯, 글의 가볍거나 흐트러져 있는지 않았는지 꾸준한 확인이 필요한 것이 퇴고입니다.
무엇보다도 그 건물에 살아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 인문학적이 글쓰기라고 믿습니다.
글을 쓰고도 아무도 살 수 없고 일할 수 없는 건물과 같다면 그 글은 생명력이 없겠지요.
그렇다고 명필, 명문장으로만 치장한다고 건물이 꼭 멋진 것은 아닙니다.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이 없더라도 우아하고 격조 있는 건물, 건축물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담백하고 담대하지만 화려한 글이 꼭 좋은 것을 아닐 겁니다. 사람을 생각하는 인문학적인 글이 가장 인간적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자연이 함께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친환경적인 그린 건축물이 더 큰 생명력의 산실이 될 겁니다. 글을 쓰면서 하늘, 바람, 꽃, 나무들을 담으면서 사람들의 기쁨, 슬픔, 고통과 희열을 담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첫 직장, 첫 직업은 지쳐서 바꾸었지만 가슴에 아련하게 배움들이 남아서 흘러갑니다.
그 배움들에서 블로그 작가로서 인문학적 깨달음의 글로서 인생을 채워가겠습니다.
인생의 소명의식은 수많은 경험과 깨달음에서 만들어지겠습니다.
"인문학은 우리의 삶의 집이다." - 마르틴 하이데거 (독일 철학자)
"인문학은 우리의 영혼의 거처이다." - 존 듀이 (미국 철학자)
"인문학은 우리의 문화의 성당이다." - 매튜 아놀드 (영국 시인)
"인문학은 우리의 문명의 기반이다." - 레오 슈트라우스 (독일 정치 철학자)
"인문학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다." - 마사 누스바움 (미국 철학자)
인문학을 건축물에 비유한 유명한 어록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건축물은 단순히 벽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닙니다.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담고 깨달음의 역사를 건설하고 기록하는 시공간입니다. 인문학 역시 단순히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의 곳간을 제공합니다.
인문학적 영감을 담는 글쓰기를 쓰면서 블로그 이웃님들과 함께 인문학의 지혜를 열어가는 문지기로서 살고 싶습니다. 그 큰문 안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관람하시려는 모든 분들을 환영할 수 있도록 인문학의 문지기 작가로서 공부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