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홍 Jul 02. 2021

슬기로운 재택근무 생활

1화. 텔레포트가 시작되다

출근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비몽사몽 집을 나가 6시 44분에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합정역에서 내려 통근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면 7시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간다.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통근버스를 놓치는 날엔, 2호선 지옥철 불구덩이를 겪어야 한다. 2호선으로 합정역에서 교대역까지 간 후, 3호선으로 갈아타고 마을버스를 타고서야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양재역에는 웬 회사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인지, 계단에 올라가는 사람들의 파도가 일렁인다.


다닥다닥 붙어 줄을 이뤄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김 위에 나란히 올려 깔린 하얀 밥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김에 말아 올려져 우리는 지상으로 간다.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부대끼는 날에는 회사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집에 돌아가 침대로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김밥의 밥알처럼 착착 말리듯 올려진다.


2020년 1월 코로나가 발생했다.


처음엔 2-3개월 만에 종식될 줄 알았다. 3월에 여행 예약을 한 동료가 취소를 고민할 때, “아니 3월 정도엔 코로나가 끝나 있지 않을까요? 버티세요!”라고 했는데, 취소를 하지 않은 체 자동 취소가 되었다고 했다.


회사는 사태가 심각해 보이지 않을 땐 아이가 있는 기혼자만 대상자로 선정하였고, 2020년 중반 이후 코로나가 1일 300명 이상 확진자가 생겨 2.5단계가 되어서야 대상자를 확대했다.


출퇴근 시간으로 길거리에 버려지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야호…!’


출근 시간 1분,

퇴근 시간 1분,


방과 방 사이를 건너면 세계가 달라진다.


꿈에만 그리던, 회사에서 피곤해서 집에 가는 길도 지쳐 생각했었던, "눈 감으면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방과 방 사이, 1분만에 장소 이동이 가능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