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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홍 Jul 04. 2021

슬기로운 재택근무 생활

2화. 눈알이 빠지기 전에, 모니터를 사자

처음 회사 HR이 내려주는 재택근무 가이드는 ‘팀장’ 재량껏 자율적으로 운영할 것이었다.


팀장은 주 2회, 출근 3회 이상을 선택하고, 공유 페이지에 일주일 단위로 기록할 것, 슬랙으로 업무 시작(8-9시 사이)과 종료(저녁 5:00~6:00)를 알릴 것, 개인 일일 업무 보고는 별도로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사람마다, 요일을 정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겹치지 않는 곳에 눈치껏 요일을 정해 공유 페이지에 업데이트한다.

나는 팀장님이 출근하는 날과 바로 윗 상사를 교묘하게 피해 날짜를 정한다. 월요일은 주간 회의가 있는 날이니, 어쩔 수 없다. 출근해야 할 것 같고 금요일은 왠지, 퇴근할 때 붐벼서 싫을 것 같고... 화수목 중 이틀은 겹치지 않도록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런데 회사 노트북을 써야 하니, 이틀은 붙여야 한다.

그렇다면 목금이군… 그렇게 수요일은 보따리장수처럼 노트북을 챙겨서 퇴근하고, 월요일에 또다시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근무를 했다.


나는 플랫폼팀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니저는 플랫폼 릴리스에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관리한다. 플랫폼에 적용되는 엔진 개발자들이 지켜야 하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지키도록 가이드를 하는 것, 일정 내에 릴리스하도록 관리하거나, 품질 쪽에 이슈가 없도록 챙기는 일을 하는데 주로 이메일과 사내 협업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가, 2년 전쯤에 전사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되어 인터넷만 연결하면 언제나 똑같은 환경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시스템이 전환되었을 당시, 오류나 속도, 저장 용량 때문에 말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예상치 않은 코로나 상황으로 이젠 이게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사무실에서는 노트북과 모니터를 하나 가지고서 일을 한다.

크롬 브라우저에 여러 개의 탭을 넣고, 혹은 이메일 시스템을 보거나, 엑셀을 보면서 일을 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이틀만 재택근무를 하고, 또 언제 다시 출근을 꼭 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뀔지 몰라 환경을 구성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이틀 정도 참고 일했다. 그러다가 일일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상승을 했고, 우리는 전면 재택근무로 변경되었다.


5일 동안 이렇게 작은 화면에서 답답하게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그냥 모니터를 하나 사자.

눈알이 빠지기 일보직전


거실에 둔 책상 위, 커다란 모니터는 원래도 복잡해 보이던 공간이 더 복잡해졌지만, 눈만큼은 시원해졌다.

복잡해진 책상



         그렇게, 나는 다시 맥시멀리스트, 호더로 복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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