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어느 커피 중독자의 고백
회사에 출근할 땐 통근 버스에서 내려, 회사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라떼 한 잔 사서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켜고 출근 시간을 찍은 후 잠시 동안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할 일을 생각하곤 했다. (다른 생각을 할 때도 가끔 있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이 라떼를 마실 수 없게 된 게 아쉬운 상태가 되었다.
아침에 비척비척 일어나 씻고 거실로 나가 자리에 앉으면, 아직 뇌가 깨지 않은 상태로, 슬랙에 업무 시작을 알린다.
회사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업무 메일을 여는 순간, 바흐의 커피 칸타타가 절로 떠오른다.
오! 커피는 얼마나 맛이 좋은가!
천 번의 키스보다도 달콤하고,
무스카텐 술보다도 부드러워.
커피, 커피를 마실 거야, 누구든지 나를 원하시거든,
아, 저에게 커피를 주세요!
가끔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일이 생기면, 편의점으로 달려가 달달한 인스턴트커피를 마시고 카페인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11시에 여는 커피숍을 기다렸다가 11시가 되면 쏜살같이 달려 나가 따뜻한 라떼를 사 온다.
부드럽게 올라간 하얀색의 거품. 거품을 살짝 한입 마시고, 갈색의 커피를 호로록 마시면 쌉싸름하면서도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진 그 진득한 카페인의 그 맛, 그 느낌(플라시보일까!?)
‘뇌를 번쩍이게 하는 느낌’
이 한 잔이야말로 직장인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가끔 생각하는 건, 나는 사실 로봇이고, 커피가 로봇을 움직여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몽롱하니, 일을 하는 건지 만지, 내가 뱉고 있는 이 것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헷갈릴 때가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더 많은 커피를 마셔야 한다.
심장을 미친 듯 요동치게 만들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고 집중하게 만드는 것.
그렇다… 나는 커피 중독자다.
결국, 이런 갈등이 계속되어서 안 되겠다 싶었다. 눈뜨자마자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싶고, 맑은 정신으로 일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해서 구매하게 된 나의 에스프레소 머신.
처음엔 캡슐 커피로 살까? 가정용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을 살까?를 잠깐 고민했지만 역시 라떼가 맛있으려면, 신선한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내려줘야 한다. 2020년 가장 잘 산 아이템이 된다.
아침에 라떼 한 잔 (며칠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