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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홍 Jul 11. 2021

슬기로운 재택근무 생활

4화. 고독한 하루

나만의 공간에서 일하는 건 쾌적했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사소한 것들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공격적으로 억양이 올라가 내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하는 동료들의 대화 소리,

내가 다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일정 다그치는 소리’,

회의실을 잡지 못해 크게 생중계되는 ‘회의 소리’

고구마를 먹은 듯하게 만드는 ‘깊은 한숨 소리’,

‘타 다다닥 거리’는 기계식 키보드의 울림소리.

또, 자리 옆으로 지나가면서 감시하듯 ‘모니터를 훑는 시선’도 없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 것도 꺼려진다. 식사 시간에 하는 대화에서 일 이야기를 하자면 점심시간까지 일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고,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너무 깊지 않고 얕게 나눠야 하는데, 이런 대화는 나를 곧 공허해지곤 한다.


그런 기분이 싫어 자주 회사 앞 카페에 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 먹으며 (눈치를 보며)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점심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6시에  첫 번째 알람이 울리고, 30분씩 2번 정도 미루며 7시쯤에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5시 40분에 벌떡 일어나야 했던 때가 언제인지 모르게 몸이 좋은 일은 너무 쉽게 적응해 간다. 커피 한 잔을 타서, 의자에 앉아 넋 놓는다. 가끔은 어제 읽다 말은 가벼운 책을 읽기도 하고, 휴대폰으로 SNS를 훑거나 나의 안녕을 올리기도 한다.


7시 50분. 커피를 두 잔쯤 마셨을 때, 8시 반에 출근할까? 그냥 지금 털고 일어날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진 않았다.

커피를 한잔하고, 출근을 10분씩 미루기 시작했고, 그저 멍을 조금 때리다가 드디어는 엉덩이를 의자에서 힘겹게 떼고 일어났다.


회사 사이트에 접속하여 이메일을 열고 나니, 매우 단순한 업무가 나에게 떨어져 있었고. 그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는지, 화를 삭이며(누구에게 내겠는가?), 그저 건조하게 알았다는 메일을 보내고, 기계적으로 직장인으로서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이런 업무가 떨어질 때마다 ‘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 페르소나 한 구절 생각나고, ‘어휴’ 한숨지은 후, 그저 물 한잔 더 들이키며, ‘어차피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건조하게 처리해버리고 말았던 일과 관련해,


1년 전쯤 같이 일했던 협력 업체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잘 지내시죠?”라는 물음에 나는 (1초 묵음)“아…네… 전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머뭇거리면서 본론으로 업무 이야기로 들어갔는데.. 순간


나는 왜 이 물음에 바로 잘 지낸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없었을까?  


1초 동안 느꼈던 이 망설임은 무엇일까? 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잘 지내고 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스스로 잘 물어보지 않았던 말인데, 형식적인 말 한마디가 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섬에 사는 것처럼, 나 혼자서 오롯이 영위해 가는 일들에 대해, 조금은 답답하면서 외로운 마음이 들었다.

섬에 갇힌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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