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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석 Jun 20. 2016

[스스로 생각하는 힘 기르기] (1)  

권위의식에서 벗어나기

한 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로 독서모임을 가졌을 때의 일이다. 여느 때와 같이 다양한 직군의 사람이 모여 각자만의 생각을 나누었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가 꿈을 꾼 뒤 채식을 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과의 갈등을 다루는 연작 소설이다. 인물들의 내면, 상처, 트라우마, 삶과 죽음 그리고 본능과 억압 등 정신적인 측면이 특히 눈에 띈다. 모임에서도 이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가 오고 갔는데 한 회원의 발언으로부터 재밌는 현상이 발생했다.


30대 중후반의 남성은 자신을 '정신과' 관련한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의사 아니면 정신 상담사로 추측할 수 있었다. 지식과 경험을 앞세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를 하는데 전문가 다움이 보였다. 듣다 보니 조금씩 이해하기 힘든 억지논리를 늘어놓고 이해를 강요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회원의 반응이었다. 책사모는 자신의 직업과 나이를 밝히지 않는 만큼 편견 없이 듣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남자가 말을 하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건전한 비판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던 회원들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것이다. 마치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듯이 말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회원들이 반박하지 않고 수긍하고 자신의 생각을 한 수 접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 남성은 강의를 하듯이 더욱 신나 열변을 토했고 주변 사람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강의를 듣는 태도였다.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몇몇 회원은 강력하게 반박을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회원들은 남성의 생각에 깊이 동조하고 있었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낳았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권위의식을 꼽을 수 있다. 권위의식은 특정 직업이나 나이, 성별, 소속 등으로 권력을 행하는 일이다. 동네 꼬마들의 골목대장 한 마디에 모두가 따르는 것부터 의사 앞에서는 자신의 아픔과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 일 모두 권위의식에 포함된다. 사람은 권위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 그의 말이 정답 인마냥 따르는 습성이 있다. 그것이 권위에 의한 따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독서모임 안에서도 권위의식이 생긴 것이다. 그가 의사인 것 같다는 권위 말이다. 만약 그 남자가 자기소개를 안 했다면 비판과 함께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쳤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받아온 주입식 교육과 문화적 측면은 권위에 대한 반항을 잘못된 것이라는 낙인을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질문을 많이 하거나 '정답'과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에게 '관심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주었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말대꾸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TV 프로그램 <비정상 회담>에서 타일러는 "한국인들은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부당한 걸 알면서도 '아랫사람이니까 당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사는 게 마음 아프다. 삼강오륜의 장유유서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어른이 무조건 옳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는데 외국인이 보기에도 이렇다면 말 다했다.



권위의식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방의 배경과 나의 배경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무게가 같아 수평을 이루는 저울과 같은 모습으로 그저 인간대 인간으로만 바라보아야 한다. 지식과 경험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권위 앞에서 내가 작아지는 것 같지만 그것은 감정일 뿐이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전체를 관망하고 그저 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기보다는 비판과 함께 나의 생각을 넣는 훈련이 필요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비판에서부터 나온다. 만약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비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비판부터 하고 시작하자. 맞는 말이라도 의식적으로 비판을 해보면 다른 관점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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