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열에 아홉은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요. 가끔 책을 펼친 사람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들곤 하죠. 저도 핸드폰 대신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새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더라고요. "오늘은 꼭 책 한 챕터만 읽자"라고 다짐했다가도 소파에 누워 SNS를 스크롤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 한 번쯤은 있지 않나요?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으라는 조언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핸드폰을 완전히 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다면 이제는 관점을 바꿔볼 때가 아닐까요? 핸드폰을 놓으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핸드폰으로도 책을 읽듯 생각하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책을 읽는 진짜 목적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깊은 사고와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죠. 우리가 책을 읽으며 얻는 가치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사고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습니다. 좋은 책 한 권은 수백 번의 대화보다 더 깊은 통찰을 줄 수 있죠.
반면 핸드폰으로 접하는 콘텐츠는 어떤가요? 짧은 동영상, 파편화된 정보, 끊임없이 바뀌는 자극적인 콘텐츠들... 이런 환경에서는 깊은 사고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핸드폰을 통해서도 책처럼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기기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책을 읽을 때 우리는 글의 맥락을 파악하고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며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어 사고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독서의 깊이를 만들어 주죠. 핸드폰으로도 이런 방식의 '생각하는 읽기'가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우리가 SNS에서 어떤 사회 이슈에 대한 게시물을 본다고 해봅시다. 그저 스크롤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지나가는 대신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 글을 쓴 사람의 배경은 무엇일까? 왜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을까? 내 생각과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만으로도 핸드폰 사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핸드폰을 통해 더 깊이 생각하는 독서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요?
먼저 소비하는 콘텐츠의 질을 높여보세요. 모든 콘텐츠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무작정 추천 알고리즘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이 정말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주제의 콘텐츠를 찾아보세요. 좋은 뉴스레터를 구독하거나 전문성 있는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글을 읽을 때도 책을 읽듯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글의 내용을 음미해 보세요. 한 문단을 읽고 잠시 멈춰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요? 스크롤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SNS에서는 즉각적인 반응 '좋아요, 공유하기, 댓글 달기'가 습관화되어 있지만 이런 행동들이 항상 깊은 사고를 동반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읽은 내용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메모앱에 간단히 기록하거나 가끔은 반응 없이 그냥 생각만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이미 동의하는 내용만 계속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요. 의식적으로 다른 시각을 가진 콘텐츠를 찾아보면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배경과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면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듯이 디지털 콘텐츠도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더 풍부한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작가의 배경, 당시의 시대상, 작품이 탄생한 맥락을 이해하고 감정이입할 때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되죠. 마찬가지로, 핸드폰으로 접하는 콘텐츠도 맥락을 파악하고 깊이 생각하면 예술 감상과 같은 풍부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사용과 독서를 대립적인 관계로 이해합니다. "핸드폰을 덜 보고 책을 더 읽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일반적이죠.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오해일 수 있습니다.
핸드폰을 통해 접하는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 '블로그, 뉴스레터' 등도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우리가 콘텐츠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입니다.
결국 핵심은 '균형'입니다. 종이책과 디지털 독서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죠. 종이책은 깊은 몰입과 촉각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디지털 독서는 접근성과 편의성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상황에 맞게 활용해 보세요. 주말이나 여유로운 저녁에는 방해 없이 종이책에 몰입하고 출퇴근길이나 짧은 휴식 시간에는 핸드폰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각하며' 읽는 방식은 어떨까요?
또한 핸드폰으로 읽은 내용 중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은 노트에 정리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의 소재로 삼아 보세요.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은 어떤 매체로 읽든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죠.
매일 밤 잠들기 전 SNS를 무의식적으로 스크롤하던 시간의 일부를 의식적인 디지털 독서 시간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관심 있는 주제의 긴 글 하나를 찾아 천천히 읽고 생각해 보는 습관. 이것이 핸드폰과 책의 경계를 허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실을 자책하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 봅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일 테니까요.
여러분은 오늘 핸드폰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