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하라,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by 오동근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너는 참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좋아.” 평소 말이 많은 친구도 아닌데 그 말 한마디가 유독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고마운 일이었을까요? 그날 이후, ‘경청’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은 말하는 사람은 많고, 정작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드문 시대가 되었습니다. 회의 시간에도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기 바쁘고 친구를 만나도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쏟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에 글을 올리는 것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반영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대에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존재가 됩니다.


사실 예전의 저는 경청이 단순히 ‘조용히 듣고 있기만 하면 되는 일’쯤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그냥 듣는 것’과 ‘경청하는 것’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는데요. 경청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 그렇군요”라고 반응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 말속에 담긴 의도, 그리고 말 사이의 공백까지도 이해하려는 태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들어야 ‘경청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는 단지 말의 내용을 기억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담아, 어떤 상황에서,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까지 충분히 공감한 상태를 말합니다. 그 정도 수준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면 말하는 사람도 “이 사람이 정말 내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구나”라는 신뢰를 느끼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마음의 거리도 좁아지기 시작합니다.


말솜씨가 좋은 분들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지만 오래가는 관계, 진심이 오가는 관계는 ‘잘 말하는 사람’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이 만들어 갑니다. 내가 했던 말이 기억되고 내 감정이 존중받았다는 경험은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됩니다.


우리는 종종 ‘말하는 사람이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도권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대화를 주도하는 쪽은 오히려 ‘듣는 사람’ 일 수 있습니다. 경청은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도록 도와줍니다. 듣는 이가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말하는 사람도 자신을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시간이 됩니다.


물론 모든 말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감정까지 완벽하게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가끔은 딴생각을 하느라 중요한 부분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이해보다 성실한 태도입니다. 진심으로 들어주려는 자세, 적절한 타이밍에 맞춘 공감의 표현, 그리고 꾸준한 관심이 결국 경청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청의 결과는 결국 ‘신뢰’라는 이름으로 돌아옵니다.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가장 기본이자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그리고 신뢰는 단단히 쌓이면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던 경험은 그 사람을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들고 다시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열게 만듭니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보다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더 깊은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동시에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랍니다. 이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잠시 멈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하루를 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그런 따뜻한 경청을 받게 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오늘 하루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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