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진심을 전달하기

by 오동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인사를 나누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반가운 얼굴인데 표정은 어색하고 눈은 자꾸 딴 데를 보더라고요. 말은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라고 했지만, 그의 어깨는 굳어 있었고 손은 허리춤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멀어진 느낌이 들어 조금 씁쓸했죠. 그날 이후로 저는 누군가의 말을 믿기보다는, 그 사람의 몸짓을 더 주의 깊게 보게 됐습니다. 말보다 더 솔직한 게 있더라고요.

바로 몸짓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부터 시작해서 “괜찮아요”, “고마워요”, “죄송해요” 같은 말들을 합니다. 그런데 이 말들이 진짜일까요? 누군가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정말 잘됐네”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질투심을 억누르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괜찮아요”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서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렇게 말은 얼마든지 감출 수 있어요. 훈련된 말투, 습관적인 표현, 필요에 따라 바뀌는 말들. 그게 바로 우리가 평소에 쓰는 언어예요.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머리로 감정을 숨기려 해도 손끝이나 눈동자, 어깨의 움직임은 어느새 진심을 흘려보냅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억지로 웃으며 인사를 해도 몸은 그 사람에게서 거리를 두고 있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면 긴장된 손이 떨리거나 눈길이 자꾸 그 사람에게 향하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회의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이 나왔는데 말은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고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있었더라고요. 나중에 회의 끝나고 한 동료가 “별로 동의 안 했던 것 같던데?”라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내 진심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내 몸이 다 말하고 있었던 거죠.


사람들은 종종 “말로 해야 알지”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말은 중요합니다. 말은 우리가 생각을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니까요. 하지만 말이 전부는 아닙니다. 때로는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가 몸짓에서 나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눈을 마주치는 것,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 같은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어”, “나는 너를 존중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반대로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몸짓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어색해지고 신뢰를 잃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몸짓은 일부러 연습해야 하는 특별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물론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바른 자세, 제스처 등을 연습할 필요가 있지만 일상에서는 오히려 너무 ‘의도된 몸짓’은 오히려 진심을 흐리게 만들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있으면 몸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표현하게 돼요. 그래서 진심을 전하려면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필요합니다. 내가 진짜로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마주하고 그 감정을 억지로 숨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두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난 표정관리가 안 돼서 진심이 너무 드러나 걱정이에요”라고 말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그런 분들이 더 진실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심코 보낸 몸짓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식하는 거예요. 친구가 힘들어할 때 말 한마디보다 따뜻하게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이 더 위로가 될 수 있고, 아이가 실수했을 때 조용히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줄 수 있어요.


오늘 하루, 주변 사람들의 몸짓을 한번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말과 몸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지 혹은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몸짓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도 돌아보면 좋겠어요. 내가 웃고 있을 때 진심이 담겨 있는지 누군가를 대할 때 내 눈빛과 자세가 존중을 담고 있는지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건 몸짓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언어라는 점이에요. 그 언어는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어요. 어렵게 느껴질 필요도 없고 억지로 꾸며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진심을 담아 사람을 대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몸짓은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우리의 감정을 전달해 줄 거예요.


말보다 더 강한 언어, 몸짓. 오늘은 그 언어로 진심을 나누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손짓 하나 눈빛 하나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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