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기본기 위에 창의가 자란다

by 오동근

어느 날, 회사 회의 자리에서 대표님의 한마디가 유독 깊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기본 위에 창의력을 쌓아야 합니다."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 요즘 트렌드, 파격적인 시도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이 말은 처음엔 조금 뜻밖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만 곱씹게 되더군요.


그 말이 왜 그렇게 와닿았을까 생각해 보니 제 과거 경험과 연결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항상 튀는 아이디어만 추구했어요. 발표 준비를 할 때도 “누구도 생각 못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죠. 하지만 결과는 늘 기대 이하였습니다. 겉은 화려했지만 내용은 엉성했고 정작 발표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했어요. 그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기발한 건 좋은데, 기본이 너무 약해.” 그 말은 정말 뼈아프게 들렸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정답이었어요. 기본이 없었던 겁니다. 그저 겉멋만 들었던 거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처음엔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마다 "이건 기존에 없던 방식이에요!"라는 말을 강조했지만 정작 그 아이디어들이 실제 실행단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왜 이게 필요한지', '무엇을 바탕으로 나온 생각인지'를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새로움은 기본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말을 그때서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기본'이라는 단어를 지루하거나 뻔하다고 여깁니다. 반복적인 연습, 정형화된 방식, 너무 익숙한 개념들. 하지만 그 기본이야말로 무너지지 않는 토대입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없어지면 곧바로 드러나는 것. 기본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뿐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곧장 '새로운 것'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기존의 틀은 모두 깨야 한다고 생각하고 과거의 방식은 낡았다고 치부하곤 하죠. 그런데 정작 ‘진짜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에서 출발합니다. 잭슨 폴록이나 피카소 같은 예술가들이 파격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이미 기본기를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에요. 잭슨 폴록의 물감 뿌리기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 1,300억에 거래되는 이유는 단순히 물감을 뿌려서가 아니라 그가 미술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본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죠. 저 같은 사람이 아무리 멋지게 물감을 뿌려도 그건 그냥 낙서일 뿐 감동을 주진 못합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는 자극적인 제목이나 트렌디한 표현을 쫓아가기에 급급했습니다. 조회 수는 잠깐 오르지만 금세 잊히고 말았죠. 반면에 진심을 담은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풀어낸 글들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람들의 공감을 얻더라고요. 결국 감동을 주는 콘텐츠는 화려함이 아니라 진정성과 ‘기본적인 공감’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새로운 자극 속에 살아갑니다. 어디를 가도 ‘최신’, ‘혁신’, ‘파격’이라는 단어가 넘쳐나고 누구나 ‘남들과는 다른’ 아이디어를 말합니다. 하지만 결국 오래가는 것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기본이 튼튼한 것입니다. 기본이 탄탄한 사람만이 자신만의 창의력을 제대로 피워낼 수 있고 그것이 결국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남들이 휘황찬란하게 물감을 뿌릴 때 나만의 붓을 다듬으며 천천히 나만의 작품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기본 위에 창의가 피어난다는 진리를 마음에 새기며 진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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