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항로를 개척해서 나아가라

by 오동근

"요즘도 그냥 사는 거야?"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 앉아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던 중 친구가 무심히 던진 한마디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저는 웃으며 넘겼지만 속으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정말 그냥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해야 한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손은 대고 있지만 정작 내 마음은 어디론가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생이란 배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세네카의 문장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출항하자마자 사나운 폭풍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다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으로 같은 수면 위를 빙빙 돌던 사람을 긴 항해를 해냈다고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까요?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많이 들까불렸던 것이지요.” 이 말은 너무나도 명확했고 무엇보다 지금의 저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그동안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바쁘게 움직였고, 무언가를 꾸준히 시도해 왔으며, 주변에서 나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나름 부합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짜 ‘항해’였을까요. 혹시 다른 사람의 말, 사회적 기준, 유행하는 흐름에 따라 방향을 바꾸며 들까불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진실을 세네카의 말이 조용히 꺼내 보여준 듯했습니다.


세네카는 그저 오래 흔들린 것을 항해라 착각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파도와 바람을 견뎠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을 잘 살아왔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렸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면,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고 있으면, 나는 방향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방향 없이 표류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바쁘게 움직이고, 새로운 걸 시도하며 피곤하게 하루를 보내지만, 내가 진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그것은 항해가 아니라 떠밀려 다니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삶에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나만의 나침반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때마다 저는 다시 흔들렸습니다. 나침반 없이 떠나는 항해가 결국 어디에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생각의 끝에서 저는 결국 독서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식상하다고 느꼈어요.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었고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처럼 이야기되는 게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했지만 조용히 생각해 보니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변화는 대부분 조용한 순간에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독서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과 대화하며 책 속의 인물들이 던지는 질문은 곧 나를 향한 질문이 되었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내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조금씩 명확해졌습니다. 독서를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변화는 외부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무게감이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행이 어떻게 변해도, 내 마음속 중심은 그대로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지식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나는 정말 멋진 항해를 했구나. 나는 참 잘 살았다.” 이 말은 단순한 멋진 표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생 끝에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그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화려하지 않더라도 내가 정한 방향으로 내가 원해서 걸어간 길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긴 항해를 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어쩌면 우리는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들까불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라도 조용히 책 한 권을 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속에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고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정말 멋진 항해를 했고, 나는 참 잘 살았다 그 한마디를 웃으며 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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