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사회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저와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말하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더라고요. 겉으론 웃으며 듣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쟤는 왜 저렇게 생각하지?”, “이건 너무 편향적인 거 아니야?” 하고 단정 짓고 있었죠.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괜히 마음이 찝찝했어요. 분명히 그 친구는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왜 나는 그렇게 불편했을까. 왜 그렇게 마음이 닫혀 있었을까.
며칠 뒤, 도서관에서 우연히 『자유론』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딱히 큰 기대 없이 책장을 넘겼는데 이상하게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제 안에서 뭔가가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특히 ‘반대 의견의 가치’를 말하는 대목에선 마치 누군가 제 뺨을 슬쩍 때리고 간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그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듣자.” 아니, 어떻게 반대 의견을 듣고 감사할 수 있죠? 반박당하는 기분, 내가 틀렸다는 식의 눈초리를 받을 때의 그 껄끄러움이 너무 익숙했던 저는 이 문장이 좀처럼 와닿지 않았는데 문장을 곱씹으며 생각을 해보니 어쩌면 이런 해석이지 않을까 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리에 가까워지려면 내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도 사실은 수많은 오류와 편견으로 덮여 있을 수 있다는 말. 반대 의견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의 조각을 대신 말해주는 소중한 기회일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러니 반대 의견을 듣는 일은 곧 내 시야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니 그날 내가 불편했던 건 친구의 말 때문이 아니라 낯선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제 마음 때문이었던 거예요.
“한 명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잡아 99명의 입을 틀어막는 것만큼이나 부당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종종 ‘다수가 말하는 게 곧 정답이다.’,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이런 착각이 있잖아요. 그래서 소수 의견은 이상하거나 틀린 것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역사를 보면 언제나 소수의 관점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고 다수의 의견이 편견에 빠져 있었던 때도 많았어요.
다수가 말하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마치 ‘틀린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불안감. 그래서 더더욱 소수의 의견은 듣기도 전에 배척하게 되더라고요. 『자유론』은 그런 저에게 ‘당신의 생각도 틀릴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해주는 책이었어요. 거칠지도 않고 공격적이지도 않게 아주 단단하게 제 생각의 틀을 흔들어 주었죠.
“내가 믿는 신념이 항상 절대적일 수는 없다.” 이걸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참 편안해졌어요. 그동안은 내가 맞고 상대가 틀려야만 했지만 이제는 누군가 내 생각에 반대할 때 그걸 ‘공격’이 아니라 ‘대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아직도 완벽하진 않아요. 가끔은 여전히 욱하기도 하고 선을 넘는 말엔 마음이 다치기도 해요. 그래도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게 있어요. 그 사람의 말 이면에 담긴 배경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하게 됐거든요.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환경, 경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어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된 데엔 분명 이유가 있듯 그 사람의 생각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그걸 이해하려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더 넓게 보이기 시작해요.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의미 있는 조각들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저는 여전히 연습 중이에요. 내가 몰랐던 관점을 통해 내 생각을 더 다듬고 때론 수정해 보자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나도 성장하고 상대도 존중받는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유론』은 단지 ‘자유가 소중하다’는 철학책이 아니라 ‘듣는 법’을 가르쳐준 책이었고 ‘내 생각을 의심해 보는 법’을 알려준 책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한 대화가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책이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의 말에 이유 없이 발끈한 경험이 있다면 저처럼 한 번쯤은 되돌아보길 바라요. 그 불편함 속에 우리가 놓친 진실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요.